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조선 후기의 실학자였던 최한기 선생은 ‘인정, 측인문(人政, 測人門)’에서 공직으로 나아가는 인재감별의 다섯 가지 대원칙을 언급했다. 이 덕목들의 출처는 사기(史記) ‘위세가(魏世家)’로 본래는 나라의 재상을 뽑는 덕목이었는데, 최한기는 모든 인사에 적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덕목으로 보았던 것이다. 이 다섯 가지 덕목은 ‘첫째, 평소에 그가 어떤 사람과 친했는지 살펴보고, 둘째, 가난할 때에 그가 어떤 것을 취하지 않았는지 살펴보며, 셋째, 처지가 궁할 때에 그가 어떤 일을 하지 않는지 살펴보고, 넷째, 현달(賢達)할 때에 그가 어떤 사람을 추천하는지 살펴보며, 끝으로 부유할 때에 얼마나 남에게 베푸는지 살펴보는 것이 실로 사람을 감별하는 대원칙이다’라고 하였다.

전국시대 위(魏)나라의 기틀을 잡은 명군 문후(文侯)는 위성자와 적황 중 누구를 재상으로 삼을지 고민하다가 이극에게 자문을 구하였다. 이때 이극이 재상을 감별하는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위 5가지 덕목이었다. 결과는 위성자가 재상이 되자 적황은 이극에게 따졌다. 그러자 이극이 ‘위성자는 자신의 봉록 중 9할을 남에게 베풀어서 복자하, 전자방, 단간목의 세 현인을 초빙하여 임금께서 이 세 사람을 모두 스승으로 삼았다. 반면 그대가 추천한 사람들은 모두 신하로 삼았다. 그러니 그대가 어찌 위성자와 비교될 수 있겠는가!’라고 하니 적황도 승복하고 말았다. 사람이 지닌 인의예지의 덕성에 대한 신뢰는 공자와 맹자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내려온 유학(儒學)의 불문율이다. 이번 정부의 증폭 개각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조국 전 민정수석이 서울대에 복직 후 한 달 만에 다시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됐기에 ‘조국개각’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의 검증과정에서 드러난 ‘사노맹’활동으로부터 대학복직의 ‘폴리페서’로 지탄을 받더니 강의 없는 방학기간인 8월 교수월급으로 수백 만원을 받아 챙김으로써 ‘무노동 유임금’ 논란에 휩싸였다. 후보자의 국회 재산 신고액은 무려 56억원으로 이 중 예금만 16억원이 넘는다. 더 큰 의혹은 후보자 가족이 운영하는 웅동학원을 둘러싼 채권채무의 소송관계, 사모펀드의 75억원 투자 경위, 증여세 미납부, 동생가족의 위장이혼, 후보자의 낙제한 딸이 받은 황제 장학금 논란과 논문 1저자 파문 등 수많은 의혹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역시 가진 자들의 대입 준비는 다르다’라며 범죄형 특혜논란을 국민은 비웃고 있다.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던 정유라 사건이나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은 차라리 그 반칙 정도가 이 사건에 비해 약해 보인다. 청와대 공직인사 배제원칙인 5대 비리 이외에도 매일 새로운 의혹이 추가되고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고발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었다. 청와대의 이번 인사 기준은 도덕성을 기본으로 하고, 해당 분야 전문성을 우선 고려했다고 밝혔다. 만약에 인사청문회 결과를 무시하고 물욕과 권력의 탐욕에 찌든 이런 부적격자가 그것도 법무장관에 임명이 강행된다면 검찰 수사를 받는 현직 법무부 장관이라는 희대(稀代)의 기록이 불가피해진다.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청와대가 지명을 거둬들임으로써 국민 앞에 스스로 밝힌 최소한의 인사원칙이라도 지키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