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광복축구
포항의 광복축구
  • 등록일 2019.08.26 19:54
  • 게재일 2019.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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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영수필가
이순영
수필가

올해는 광복이 된 지 74년이 되는 해이다. 나라 잃은 서러움과 그로 인한 숱한 고통들에서 해방이 된 날이다. 삼십여 년 동안 참고 참았던 함성을 마음껏 터뜨렸던 바로 그날이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았으니 바닷물도 춤을 추고 산천초목도 춤을 추었으리라. 내 나라 내 땅에서 내 뜻대로 살 수 있는 자유를 찾았으니 그 감격을 어떻게 말로 할 수 있었으랴.


70여 년 전, 포항 신광에 살았던 사람들은 그 울분을 토한 날을 잊지 않기 위하여, 또 다시 그런 억압의 시대를 당하지 않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단결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던 것이다. 1947년 8월 15일, 영일군(포항시 통합 전)을 대표하는 신광의 축구선수들이 중심이 되어 광복절을 기념하는 축구를 했다. 짚으로 새끼를 꼬아 공을 만들고 골네트도 새끼줄을 엮어서 만들었다. 선수들은 흰색바지·저고리를 입고 머리에는 흰 띠를 두르고 땀을 쏟아내며 공을 차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전쟁으로 축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1954년 8월15일 축구는 다시 시작되었다. 어려운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축구를 중심으로 지역민들은 한마음으로 뭉쳤던 것이다. 이후 25년 동안 그 맥을 이어왔으나 1980년과 1981년에 극심한 가뭄과 냉해로 축구를 개최하지 못했다. 이후 1982년부터 오늘날까지 해마다 광복절이면 운동장에 모여서 축구를 한다. 2019년, 광복 제74주년·신광면민 친선축구 제68주년을 기념하는 ‘광복 축구’가 성황리에 열렸다.

8월1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3일 동안 22개 마을에서 출전한 선수들이 경기를 거쳐 8월15일 결승전을 했다. 개막식을 한 날은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내리쬐는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뜨거운 운동장에서 공을 찼다. 결승전을 한 날은 태풍 크로사의 영향으로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렸지만 선수들은 비를 흠뻑 맞으며 빗물이 흥건한 운동장에서 공을 쫓아 힘껏 뛰었다. 더 놀라운 일은 각 마을마다 응원을 하러 나온 연로하신 분들이 운동장에 마련된 천막 아래에 가득히 앉아서 자리를 떠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타지에서 고향을 찾아온 사람들은 마을사람들의 손을 잡고 안부를 물으며 정을 나누었다. 축구경기에서 승패는 문제 삼지 않았다. 져도 좋았다. 잘 했다고 마을사람들은 칭찬이 자자했다. 축구를 중심으로 팔씨름과 윷놀이를 하여 순위에 따라 상장과 트로피 및 부상이 수여되었다. 부상은 돼지고기다. 해마다 이 행사를 할 때 돼지 서른 마리 쯤을 잡는단다. 수상을 못한 동네는 상을 받은 마을에서 고기를 나누어 주기도 하여 신광면민 모두가 잔치를 연다.

시상식이 끝난 운동장에서는 신명난 축제가 열렸다. 신광면에서 태어난 가수나 개그맨들이 고향에서 한바탕 신나는 마당을 펼쳤다. 풍물단을 앞세우고 난타·색소폰 공연에 이어 초대가수와 마을사람들의 노래자랑으로 운동장은 아주 흥겨웠다. 행운권을 추첨하여 자전거와 다양한 전자제품들이 선물로 그득했다. 남녀노소 모두 빗물에 젖고 땀에 젖어도 함께 즐거웠다.

폭염주의보가 발표된 날에도, 태풍이 지나가는 날에도 음식을 장만하고 행사진행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관계자들의 표정은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포항시 북구 신광면에서 개최하는 대한민국 ‘광복축구’. 면면히 이어왔으며 또한 대대로 이어갈 것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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