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단이 日人 흉상 받친 돌 ‘논란’
6·25 ‘포항전적비’ 철거로 가닥
공청회 등 절차 거쳐 최종 확정
일각서 ‘일본인 충혼비’로 의심
미해병충령비도 물증 찾는 중

한·일관계가 연일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포항시가 지역에 남아 있는 일제의 잔재 청산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전국민적으로 반일감정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앞장서 일제 잔재물을 처리하는 사례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포항시는 ‘전적비 기단이 일본인 흉상을 받쳤던 돌’<본지 4월 11일자 1면>이라는 논란이 이어져 온 ‘포항지구전투전적비’를 철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25일 밝혔다. 포항시는 지난 4월부터 약 4개월간의 조사를 진행해 시민 등의 증언과 향토사학자들의 의견을 들은 데 이어 기타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시는 관련 예산도 3천만원을 배정했다. 포항시는 추가로 주민 공청회와 보훈단체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더 수렴한 뒤 해당 시설물 철거·존치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추가로 주민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겠다”며 “최근 포항지역 전투와 상관있는 3사단 백골부대 전우회와도 연락이 닿아 조만간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최종 처리방안 확정은 그 이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시 남구 송도동에 있는 포항지구전투전적비는 한국전쟁 당시 포항지구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웠던 국군의 전투활약상을 기리고 후대가 귀감으로 삼도록 하기 위해 세워졌다. 국가보훈처 지정 현충시설(관리번호 33-2-25)인 이 기념비에는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포항 지역에서 국군이 북한군과 싸워 방어에 성공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그러나 이 전적비의 기단이 일본인 ‘나카타니 다케사부로(中谷竹三郞)’의 흉상을 받쳤던 돌이었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시설물의 뿌리격인 기단이 일제의 잔재라는 점에서 “오히려 호국영령을 모욕하는 행위”라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이같은 사정과 전국민적으로 불고 있는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로 악화된 국민감정을 감안하면 포항지구전투전적비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철거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포항지구전투전적비와 함께 논란이 됐던 ‘미해병대제1비행단 전몰용사충령비’의 향후 활용안에 대해서도 물밑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전적비 사례와 달리, 구체적인 물증이 없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포항지구전투전적비와 달리, 충령비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을 정확히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건립자로 알려진 이종만씨를 계속해서 찾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6·25전쟁에 참전한 미해병대 제1비행단 전몰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알려진 미해병대 제1비행단 전몰용사충령비에 대해 향토사학자들은 1935∼1937년 일본군에 의해 건립된 ‘일본군 충혼비’라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은 1937년 일본인들이 경영했던 부산일보에 “포항재향군인분회가 일본군 충혼비 앞에서 위령제를 거행했다”는 기사가 실린 것으로 미뤄 포항에 일본군 충혼비가 실재했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면서, 세월이 흘러 일본군 충혼비가 현재의 미해병대제1비행단 전몰용사충령비로 왜곡돼 전해져 왔다고 주장해 논란이 불거졌다. 포항시민 정모(47)씨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비석에 일재의 잔재가 남아있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하루빨리 문제를 처리해서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물려주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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