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일고 있는 후폭풍이 걱정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파기 결정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했다고 거듭 강조하고, 미국은 한국의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히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의 결정이 ‘조국 구하기’ 꼼수에 해당한다고 힐난한다. 지금 돌아봐야 할 지점은 우리 안보의 대들보 역할을 해온 한미동맹이다. 어떤 경우에도 균열이 생겨선 안 된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파기를 발표할 때부터 미국과의 소통을 강조해왔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23일에도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미측과 수시로 소통했고 매우 긴밀하게 협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일제히 내놓은 “문재인 정부에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는 입장발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캐나다를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우리는 한국이 (일본과) 정보 공유 합의에 대해 내린 결정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의 ‘미국이 이해했다’는 설명에 대해 한국언론에 “거짓말(lie)”이라고 반응했다는 소식은 예사롭지 않다.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지소미아 파기는) 문재인 정부가 (한·미·일) 집단 안보에 헌신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이 아닌 ‘문재인 정부’라는 표현부터 수상하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의 답변에 사태의 진실이 내재해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안보 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면 이는 동맹국의 안보 기여 증대에도 부합할 것이고 종국적으로는 한미동맹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당하고 주도적인’이라는 표현 속에 청와대의 기류가 살짝 읽힌다.

아직은 청와대가 지소미아 파기를 ‘조국 지키기’의 정략 차원에서 악용했다는 항간의 비난이 억측이리라 믿고 싶다. 하지만 어찌 됐든 한미 당국자 간 엇박자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가안보가 정말 괜찮은지 살피고 또 살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