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함 경남·전남·울산 등
수십년째 현금수납 관행 고수
“교육비 대부분 뱅킹 방식 처리”
교사·학부모 등 보완 요구 높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원서접수가 22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응시 원서비 수납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교육비를 포함한 학교 행정 관련 비용 처리 대부분이 스쿨뱅킹(CMS)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유독 수능 원서비만 수십 년째 현급 수납 관행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 원서비는 응시영역에 따라 3단계로 나눠 차등 징수한다. 4개 영역 이하는 3만7천원, 5개 영역은 4만2천원, 6개 영역은 4만7천원이다.

수험생들은 담임 또는 진로담당 교사에게 현금으로 원서비를 내야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현금 수납을 원칙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응시료를 받은 담당 교사는 수수료 납입고지서를 작성하고 수납은행에 납부한다. 현금 납부 ‘원칙’으로 인해 학생과 교사 모두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항도 원칙을 따르고 있다. 포항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수능원서비 납부 관련 응시생에게 현금 수납을 사전 고지한다. 만약 현금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을 때는 접수 현장에서 가까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하도록 한다.

하지만, 최근 창원 중앙여고와 양산 범어고등학교 등 일부 학교에서는 스쿨뱅킹으로 수능 원서비 수납이 가능하단 것이 알려지면서 교직원 및 학부모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포항처럼 수능 원서비를 현금으로 내는 곳은 경북을 포함해 경남, 전남,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세종 등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원서비 현금 수납은 수능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에게 번거로움 그 자체”라며 “현금 수납을 폐지하고 CMS 징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항 모 고교 입시지도 교사는 “원서비 현금 수납은 분실 위험 등 관리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시원서 준비 기간과 겹쳐 입시지도에 소홀해지는 문제가 있다”며 “학교 현장은 수납 때문에 매일 정신없이 돌아간다. 교사가 학생 개별적으로 거두다 보니 은행에 가서 거스름돈까지 바꿔야 하는 현실”이라고 불평했다.

이와 관련해 일선 교육청은 스쿨뱅킹 납부에 따른 문제점을 이유로 들며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응시영역별 징수 금액이 다른 데다 영역변경 시 환불처리로 인한 절차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전교조 측 주장에 따르면 수능 원서비는 교육과정평가원의 몫이지만, 수납 방법은 시·도 교육감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고 스쿨뱅킹 또한 기타 항목이 있어 얼마든지 수능원서비를 수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 자녀를 둔 포항시민 김모(55)씨는 “수업료나 수학여행비, 심지어 모의고사비도 스쿨뱅킹으로 처리되는데 왜 수능 원서비만 현금으로 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며 “요즘처럼 현금을 잘 갖고 다니지 않고 심지어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시대에 현금 납부를 고수하는 것은 시대에 뒤처지는 편의주의적 행정이다”고 꼬집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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