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철학자의 철학, 사랑이야기·‘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이야기’
김형석 지음·열림원 펴냄 에세이·각권 1만5천원

김형석 교수. /열림원 제공

“아름다움의 의미와 영원에 대해 깨어 있는 청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국 1세대 철학자이자 명수필가인 김형석(100) 연세대 명예교수가 최근 에세이집 두 권을 잇따라 펴냈다.

올해로 100년째 삶을 이어가고 있는 김 교수는 전국에서 강연회를 올해에만 150여 회 소화한데 이어 수십년간 써온 글 중에 현재에도 유효한 내용들을 선별해 책 두 권으로 엮은 것이다.

열림원에서 펴낸 ‘100세 철학자의 철학, 사랑이야기’와‘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이야기’는 “어떻게 하면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도록 조용히 이끌어 준다.

이번 책에서 김 교수는 책 앞에 ‘젊은 세대와 나누고 싶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놓았듯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그가 들려주는 인생 경험과 철학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왜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불행해지고 무의미한 일에 땀 흘리는 사람은 행복해질까!’“무엇이 행복일까요? 그리고 사람은 언제쯤 철이 드나요? 김형석 교수에게 사람들은 늘 질문하곤 한다. “이 나이가 되어 보니, 많이 일하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도 이제서야 철이 드는 것 같습니다. 오래전 내 친구들이 ‘김 교수가 가장 철이 없으니 제일 오래 살 거야’라는 농담을 자주 했는데, 어쩌면 그 말이 맞는 것도 같아요.”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는 김형석 교수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김형석 교수는 데카르트의 말을 빌려 ‘나는 사랑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한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삶이라는 것이다. 사랑은 체험하지 않으면 그 실체를 알 수 없다. 경험한 사실이 없다면 짐작할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폭넓은 사랑을 해 본 사람만이 풍부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며, 사랑의 깊이와 높이를 알기 위해서는 진정한 사랑을 체험해야만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인간적 삶이 무엇인지조차 희미한 오늘날, 우리는 사실상 각자 혼자만의 섬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형석 교수는 사랑은 주면서 받도록 돼 있는 것이며, 완전히 고립된 삶이 있다면 사랑은 머물 곳이 좁아지고, 결국 고독은 사랑이 없는 병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100세 철학자의 철학, 사랑 이야기’는 김형석 교수가 고독을 느끼는 젊은 세대에게 바치는 사랑과 영원에 대한 이야기다. 그가 지난날 철학자로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며 던져온 대화들을 담고 있다. 영원한 것을 찾고 그것을 사랑하는 일이 삶의 과제이자 철학적 문제였던 젊은 날의 고독한 대화들이 바로 그것이다. 내 곁에 아무도 없을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고 답해야 한다. 그것이 무(無)에서부터 온 인간의 본질이며, 그러므로 인간은 정신적 존재라는 점이 새삼 깊은 위안을 준다.

우리가 존경하는 수많은 사상가들 특히, 풍부한 정신력을 지닌 사람들은 과연 군중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까? 김형석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깊은 사상은 정신적 대화에서만 이뤄지며, 그 대화는 자신만의 시간 속에서 완성된다는 것이다.

‘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는 김형석 교수가 교육자로서 살아오며 느낀 감정과 사유의 기록을 담고 있다. 그는 인생이 본질적으로 모순이라는 사실을 철학자로서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그 모순의 진리를 탐구하고자 끊임없이 질문한다. ‘인간의 조건’ ‘만나고 사랑하는 것’ ‘우리가 가야 할 그곳’ ‘행복한 인생을 위하여’등 4가지 테마로 구성된 이 책은 정체성 상실의 시대에 소중한 자아를 발견하고 실패와 상실 그리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번뇌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삶의 원칙을 깨닫게 한다.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던 철학자 소크라테스, 헤겔, 공자, 예수의 이야기도 100세 철학자의 입담 속에서는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다.

“때가 오면 누구나 야간열차에서 내려야 한다. 열차는 그대로 달리기 때문에 내린 사람의 운명은 누구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이 인생의 야간열차에서는 똑같은 시간에 똑같이 내리고 싶어도 그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같은 순간에 죽음을 택했다고 해도 열차에서 내리면 모두 자기 길을 가게 되는 것이다. 공존(共存)이란 삶이 허락된, 열차 안에서만의 일이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인생의 야간열차를 탄 채 달리고 있다. 백 년쯤 지나면 열차 안 사람은 모두 바뀐다. 50년만 지나도 아는 사람들의 얼굴이 반이나 사라져 간다. 그동안 어두운 열차 밖으로 이미 내렸기 때문이다.”-‘100세 철학자의 철학, 사랑 이야기’55p. ‘야간열차 이야기’ 중에서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