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유열의 음악앨범’ 출연
“멜로 장르 어렵지만 재미있어”

닮은 듯하면서도 매번 새롭다. 농도와 색깔을 조금씩 달리하며 사랑의 여러 얼굴을 세심하게 표현한다.

‘멜로장인’으로 떠오른 배우 정해인(31) 이야기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 속 연하남으로 ‘누나’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들더니, 드라마 ‘봄밤’(2019)에선 한층 성숙하면서도 떨림 가득한 모습으로 여심을 설레게 했다.

그가 이번에는 멜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정지우 감독)으로 돌아왔다. 10년에 걸쳐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인연의 끈을 이어온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이달 오는 28일 관객을 만난다.

2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해인은 “첫사랑과 청춘을 담은 소중한 가족 앨범 같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정해인은 아픈 과거를 지닌 현우를 연기했다. 10대 때 빵집에서 우연히 만난 1975년생 동갑내기 미수(김고은)를 사랑하게 되지만, 번번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게 된다. 사랑에 들뜬 젊은이의 모습과 불안한 현실과 미래에 혼란스러워하는 청춘의 모습 등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현우라는 인물에 단 한 순간도 공감이 안 된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배역에 빠져든 덕분이다.

이 영화는 1994년부터 2005년까지 10년이 넘는 세월을 다룬 만큼 복고적 감성이 가득하다. 정해인은 90년대 중반 불과 6살이었지만, 그 시절을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복고풍, 아날로그적인 것을 좋아해요. 대본을 보자마자 김광석, 장필순 님의 옛날 노래들이 떠올랐죠. 어렸을 때 부모님이 맞벌이하셔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었는데, 그런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정해인은 공교롭게 내리 3편 연속 멜로물을 찍은 데 대해 “물 흐르듯이 그렇게 진행된 것 같다”면서 “멜로 장르는 사랑에 관한 모든 것, 슬픔과 힘듦까지 모두 표현할 수 있어 어렵지만 재미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이 영화는 드라마 ‘봄밤’보다 먼저 촬영을 끝냈고,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전에 출연을 결정했다.

정해인은 “세 작품 모두 소중하다”면서도 “그중 어떤 한 캐릭터가 제 실제 모습과 가깝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정해인은 손예진, 한지민 등 쟁쟁한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김고은과는 두 번째 호흡이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김고은의 이루지 못한 첫사랑으로 잠시 출연했다. 상대 배우와 실제 연인 같은 호흡을 보여주기에 ‘케미 장인’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정해인은 “부끄럽다”면서 “장인이라는 표현은 저를 더 채찍질하게 만든다”며 겸손해했다.

“연기할 때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인정하면 저절로 (캐릭터가) 이해가 되죠.” 그는 “극 중 (상대 배우가) 연상이나 연하 혹은 동갑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연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그때그때 캐릭터에 집중하고 몰입한다”고 강조했다.

‘캐릭터가 비슷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내년에 개봉하는 영화 ‘시동’에서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