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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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중고교를 다니던 1960년대 후반 서울의 종로거리는 일년내내 매일 공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매일같이 거리가 파헤쳐지는 장면을 일년내내 목격했다.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로 거리는 복잡했다. 일관성 없는 계획으로 매몰된 수도관이나 하수관, 전기설치 등을 뜯었다 고쳤다 다시 설치했다 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세금과 인력을 낭비했다.

이러한 즉흥적인 계획과 집행의 폐해의 대표적 예를 우리는 반세기 후 또다시 목격하고 있다. 최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4대강 보 처리와 관련해 이번 정권내에서 보 철거를 강행하지 않겠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했다.

“선계획, 후조치가 돼야 하는데 필요한 계획을 세우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하위 계획까지 다 수립하려면 최소 4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제야 무리한 보해체 계획을 자인한 셈이다.

그동안 줄기차게 4대강보를 비난하고 해체를 강행하려고 했던 정부가 이러한 신중한 자세로 돌아섰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싶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 나오고 있는 4대강보 해체 주장은 정말로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홍수기와 갈수기의 유량 차이가 최대 300(금강)~680배(영산강)나 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제방을 쌓아 홍수를 막고 댐을 지어 가뭄에 대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을 깊게 파고 보를 쌓은 것도 그런 취약 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거기에 따른 환경적 생물학적 부작용이 있다면 그걸 수정하는 정책을 마련해야지 보해체가 능사가 아니다.

정치적 논리로 과거 보수정권의 정책은 모두 잘못되었기에 4대강 반대론자들은 감성적 주장만 갖고 보 해체를 주장해왔다.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만들어 놓은 국가 시설물을 전 정권 것이라고 또 세금을 들여 파괴한다면 다시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건설해야 하는 70년대 종로거리의 재판이 될 것이다.

말이 나온김에 4대강 보 해체만 아니라 탈원전도 정치적 논리로 만든 정책이다. 최근 비판을 받고 있는 한전공대 설립과 함께 현정권의 선거공약이었으므로 실행해야 한다는 것 이외에 타당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 전기요금 인상, 전력수급의 안정성 등 국민적 걱정이 많지만 선거공약이라는 이유로 강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탈원전을 선언한 일부 나라들도 모두 수정정책으로 전환하는 추세이다. 혹독한 원전 폐해를 입었던 일본조차도 다시 원전을 가동시키기 시작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점 때문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대체 에너지란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국내 환경에서 풍력, 수력, 원자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채택하기는 열악하다. 미국의 셰일 가스 및 오일과 같은 새로운 에너지가 개발되지도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력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의 주요 젖줄인 해외 원전 수출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원전은 정치논리로 건설되어서도 안 되고 정치논리로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충분한 학문, 경제적 검토와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해야 한다. 시간을 가지고 결정해도 늦지않다. 이 문제만은 포퓰리즘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진보정부는 과거 보수정부의 사드배치와 관련해 절차적인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현 정부의 4대강보 해체와 탈원전문제에 있어서 국민적 의견수렴과 절차를 중요시하고 있지 않아 보인다.

4대강보 해체와 탈원전은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의 대명사이다. 이 대형 과제는 앞으로 한국의 미래의 백년대계와 연관성을 갖는다. 만든걸 부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정치적 논리나 포퓰리즘에 의해 실행되어서는 안 된다. 두고 두고 후세에 후회할 정책을 즉각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