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인
만만치가 않은 그녀
없으면 허전하고
있으면 골치 아프고 때론 짜증난다
지구가 네모라고 믿는 그녀
아파트, 백화점, 사무실
그녀의 공간은 모두 벽과 벽
하루 종일 정신없이 돌고 나면 어지럽다
각양각색의 사람들
오늘도 같은 생각의 무리를 찾고 있다
그래서 다들 끼리끼리 모여 산다고 하는 건가
세상이 온통 하얀가 싶더니
돌아서면 얼룩진 또 다른 골목
붉은 벽에 기대고 잠시 쉬고 있을 때
나를 보고 꼬마가 중얼거린다
알고 보면 무지 쉬운데 라고
순리에 맞는 이치가 곧 삶의 공식이겠지
나 알고 보면 쉬운 여자야
육면체의 네모진 칸칸을 한 면에 같은 색깔로 채우면 완성되는 큐브를 제재로 시인은 현대 문명에 갇혀 사는 우리 시대를 야유하고 있다. 네모의 각진 세상에 경쟁하며 정신없이 사는 것이 오늘의 삶이 아닐까. 이 네모에 갇혀 벽과 벽 사이를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자신의 정체성도, 지향해 가야 할 생의 목표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시인의 시선은 이런 비인간적인 현대 문명의 폐해를 겨냥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