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지 장기 미분양 국면 포항블루밸리 국가산단
평당 10만원 할인분양에도 1개 기업 입주 신청 그쳐
일각 “포스코, 향후 2년 내 매입 MOU” 기대 걸기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가 미분양 늪에서 3년째 허우적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최근 평당 조성원가보다 10만원 가량 낮은 가격으로 할인분양을 진행했으나, 1개 기업만 입주를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실적이 저조하자 경북도와 포항시의 기업유치 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21일 포항시와 LH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LH는 지난 19∼20일 블루밸리산단 내 35필지(31만㎡, 506억 원)에 대해 우선공급 대상기업 및 일반기업 구분없이 할인분양 신청을 받았다. 이번 할인분양은 필지마다 가격 차이는 있으나 3.3㎡당 50만원 초반대로 진행됐다. 이는 3.3㎡당 조성원가인 67만1천88원보다도 1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공장용지 분양률이 1%대를 기록하는 등 분양에 어려움을 겪어온 LH가 꺼낸 특단의 대책이었다. 그동안 높은 분양가격이 산단 활성화에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 많았던 만큼 이번 할인분양에 많은 기업이 입주를 희망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산단 일부가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호기를 맞아 관련 기업이 몰릴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절망적이다. 단 한 기업만이 6천611㎡(2천평)에 대한 입주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번 할인분양 총 면적의 2.13% 정도다. 이 업체는 오는 23일까지 입주업체 심사를 거쳐 입주 여부가 결정된다.

산단은 지난 2015년 진행된 상업용지 분양에서 4만7천592㎡가 100% 분양되고, 주택용지는 21만6천474㎡ 중 20만1천㎡가 분양돼 92.9%의 높은 분양률을 보이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그러나 이듬해 9월 공장용지 가운데 10%를 1차분으로 분양 공고를 냈지만,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같은 해 12월부터는 수의계약으로 변경해 분양에 나섰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2017년 9월 분양가를 할인해주는 특별분양 당시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POMIA·7천603㎡)과 주은스틸(4천877㎡)이 산업·연구시설 각 1호로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그 이후 추가 분양에 어려움을 겪으며 공장용지 분양률은 여전히 1%대에 머물러 있다. 이번 할인분양에서 입주를 희망한 기업이 심사를 통과해 입주가 확정되더라도 분양률 1%의 벽은 허물어지지 않는다. 1단계 부지 294만㎡의 공정률이 99%를 넘어서면서 도로 등 주요기반시설은 제모습을 갖췄지만, 정작 산업단지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공장용지는 텅텅비어 있는 모양새다.

최악의 분양실적이 계속되자 이철우 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의 기업유치 능력에 대한 쓴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산업단지 특별분양팀’을 만들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기업을 유치하겠다던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공언은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기업인 출신 경제부지사의 영입 등도 실효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입주 파급 효과가 큰 앵커기업 유치에 치중해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역의 한 기업인은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추진된 국가산업단지 사업이 흥행에도 실패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면서 “경북도와 포항시를 비롯한 LH는 지역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포스코의 행보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포항철강산업단지 관계자는 “포항 블루밸리산단은 현실적으로 입지가 우수하다고는 볼 수 없다. 최근 할인분양한 가격이 철강산단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종합적으로 봤을 때 부족한 부분이 많다”면서도 “다만 규제자유특구 지정과 관련한 대기업이 들어서면 관련 업체들이 동시에 입주할 가능성이 높아 분양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포항시와 포스코는 지난해 4월 ‘포스코가 향후 3년 이내에 블루밸리 내 산업용지를 매입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당시 매입 면적이나 금액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미지수지만, 최근 산단이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포스코케미칼이 관련 산업을 블루밸리산단 내에서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LH는 7천360억원을 들여 포항 구룡포읍과 동해면, 장기면 일대에 608만㎡(183만 9천평) 규모로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를 조성 중이다. 국가산단은 포항철강산업단지(제1∼4단지·청림지구) 규모(1천318만3천㎡·약 400만평)의 절반보다 조금 작은 수준이다. 공사는 두 단계로 나눠 진행되며, 이 중 1단계는 293만9천㎡ 규모로 지난 2014년 10월 착공해 내년 1월 준공될 예정이다. 현재 공정률은 99%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