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 ‘60일, 지정생존자’서
분노 감춘 국회의원 오영석 역
인상적 악연 연기 시청자 호평

배우 이준혁. /이스팩토리 제공
“오히려 오영석이 조금 더 빨리 죽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늘어지는 것보다 확실한 포인트에서 죽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어서요.”

지난 20일 종영한 tvN 월화극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무소속 국회의원 오영석은 깔끔한 외모와 새하얀 해군 제복 이면에 국가와 국민에 대한 분노와 서러움을 간직한 인물이다.

국회의사당 테러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로 테러 계획에도 가담했던 그는 극 후반부에 이르러 정체가 발각되고 부하의 총에 갑작스러운 최후를 맞는다.

배우 이준혁(36)은 오영석 역으로 드라마 ‘비밀의 숲’,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에 이어 다시 한번 인상적인 악역 연기를 펼쳤다.

21일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오영석의 이른 죽음에 대해 “적게 일하고 좋은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웃으면서 “원작에 따라 사망하는 것까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죽는 것까진 몰랐다”고 밝혔다.

‘60일, 지정생존자’는 미국 방송사 ABC와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원작 ‘지정생존자’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한국판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매력에 대해 그는 미국과한국의 다른 정치적 상황을 꼽았다.

“미국 원작이 가진 상황과 달리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만의 정치적인 사연들이 너무 많은 나라이기도 해서요. 원작이 과감할 수 있고 강력할 수 있는 캐릭터로 포지셔닝했다면 한국판은 그렇게까지 강할 순 없어요. 다만 그 안에서 세밀한 감정들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나 싶어요.” 극 중 오영석은 북한과의 해전에서 동료 군인들을 잃은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이다. 이른바 ‘사연 있는 악역’인 셈이다. 드라마는 그런 그의 트라우마를 자세하게 묘사하진 않았다.

“사실 인물이 많이 표현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또 오영석의 과거가 다 표현되면 이건 오영석의 드라마지 박무진의 드라마가 아닐 것 같아요. 사정을 따져보면 누구나 다 사연이 있고 좋은 사람일 수 있어요. 다만 드라마는 박무진의 성장기로 표현해야 하니까 오영석은 스케치하듯 다뤄야 하는 거죠.” 2년 전 ‘비밀의 숲’에서 비리검사 서동재 역으로 분한 그는 유난히 악역 이미지가 강하다. 이에 대해 이준혁은 “사실 필모그래피 안에서는 선한 역이 더 많고 악역 비중은 작은 편”이라며 웃었다.

“사실 전 악역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신과 함께’에서도 사연이 있는 캐릭터였죠. 그 세계관 자체도 절대적인 악이 존재하는 세계가 아니었어요. 오영석 캐릭터도 그가 지나온 스토리를 다 보여주면 그렇지 않을까요. 다만 보는 분들은 주인공캐릭터에 대부분 이입하기 때문에 거기에 반하는 캐릭터가 악역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준혁은 2007년 데뷔한 이후로 쉴 새 없이 영화와 드라마로 대중과 만났다. 그는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는 것을 ‘친구를 만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에요. 캐릭터가 저 자신과 너무 다른 방향으로 가면 내적으로 싸우기도 해요. 너무 다른 사람을 매일 만나야 하니까. 그 싸움이 끝나고 나면 허무하죠. 연기는 그런 과정인 것 같아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