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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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9.08.21 19:55
  • 게재일 201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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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계절이 건너간다. 이른 아침 바깥공기에 가을이 묻어있다. 연일 폭염 경보에 시달렸던 몸은 한여름을 아직 기억하지만 들뜬 마음은 이미 천고마비의 새 계절을 기다린다. 염천을 지나면서 겪고 쌓여온 생각거리들은 몸과 마음을 언제나 쉬게 할 것인지 그 끄트머리가 보이지 않는다. 바다 건너 일본이 힘들게 하지만 궂은 소리는 나라 안에서 더 많이 들린다. 겨레의 힘을 모아 전화위복을 꾀하려 했건만, 북한은 쓴소리 악다구니만 토해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문제인가 했더니 미국과 중국도 못지않은 씨름에 시달리는 중이다. 남북 팔천만의 소원인 통일이 관건인가 했더니, 고작 한 사람 장관 후보의 거취에 온 나라가 쩔쩔매고 있다. 무더위가 가시듯 벗어날 방법이 혹 어디 없을까.

생각 밖으로 궂은일을 당할 때 늘 듣는 소리가 있다. 국민의 눈높이. 관련된 개인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국민의 시선은 늘 빈 마음을 바라는 낮은 자리에 머문다. 사사로운 처지에서 더 나은 열매를 위하여 수고로이 달려가는 일도 집단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욕심만 커다랗게 떠오르곤 한다. 들켜버린 사욕이 모든 이들에게 전염되면 공동체는 필시 불건강한 길로 접어들지 않을까. 가족과 친지들 사이에서 이해되던 융통성이 집단과 사회의 눈에 탐욕으로 비칠 때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인 사회를 생각하였던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가 이제는 비도덕적인 개인과 도덕적인 사회를 걱정해야 하는가. 개인의 우수함이 사회의 집단지성과 부딪힐 때, 우리는 어느 켠에서 지혜를 구할 것인가.

나라의 국민은 위대하였다. 부조리와 비리에 휩싸인 권력을 국민의 힘으로 물러나게 했으며 기대를 한껏 실어 새로운 리더십을 출범시켰다. 그런 일을 해보지 못한 일본과 지금 막 진통을 겪고 있는 홍콩의 시민들은 우리를 부러워한다는 것이 아닌가. 국민의 힘과 지혜가 나라와 겨레가 가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 아닌가. 법치와 삼권분립이 제도의 틀이라면, 국민의 집단지성은 그 모든 민주역량의 기본임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혹 부족한 게 아직 있다면, 다른 생각을 거뜬히 수용하여 견주며 나아가는 일이 아닐까. 내가 옳은 만큼 남도 같은 무게의 선의를 가졌음을 인정하여야 한다. 비웃거나 경멸하여 패대기치는 만큼, 상대는 내 생각을 가벼이 여길 터이다. 이만큼 키워온 민주의 바탕 위에 더 높은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

높이 걸었던 기대가 사뭇 아깝다. 많은 부분 그의 생각이 함께 하였음도 국민은 안다. 역량도 출중하고 의지가 충분함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나라가 바라보아야 하는 지향점은 그보다 훨씬 높은 곳을 향하여야 한다. 발표한 정책이 매우 소중한 가치를 담았음에도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국민은 혹 기대보다 깊은 상처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성의 힘과 인성의 덕으로 물러서는 용기와 비켜서는 지혜를 발휘하여 주시라. 실력과 혜안으로 막후에서 돕는 손길을 더욱 펼쳐 주시라. 팔천만의 소망이 걸린 일들이 수두룩한데, 한 건 인사로 혹 그르치면 안 되지 않겠나. 안 그래도 흔들리는 촛불을 불어 꺼버리면 누가 손해인가. 모두가 바라는 ‘나라다운 나라’는 당신의 결정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당신의 진심을 믿는다.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나라가 잘 되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싶었음을. 나라는 나라대로, 한 사람에게 나라의 운명을 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촛불이 걸었던 기대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일본을 이겨야 하고 북한을 아울러야 한다. 외교가 버겁고 국방도 어렵다. 경제가 힘들고 민생이 흔들린다. 사람은 폭넓게 찾아 든든하게 세워야 한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어 주시라. 높은 기대를 다시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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