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품 불매운동 확산·진화
마트·식당에 단체들 동참 열기
지역 곳곳서 릴레이 1인 시위
대구공항 日 노선 감편 가속도
단발성 아닌 지속적 전개 양상

국채보상운동을 일으킨 본고장 대구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광복절이 있었던 지난 주말, 세 아이의 엄마인 문모 씨가 대구 시내의 중심가에서 일본 제품 불매를 위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그는 “저는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부끄럽지 않은 내일을 물려주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라며 매주 시민들이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씨 등의 1인 시위는 영상으로 제작돼 유튜브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대구 시민들의 1인 시위는 동성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동성로 유니클로와 대구 전역의 ABC마트 앞에서 1인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유니클로 앞에서 진행하는 1인 시위는 대구에서 맨 처음 시작됐다. 한 시민은 “시위에 열성인 분들만 100여 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1인 시위를 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매우 우호적이다. 시민들은 음료를 사다 주면서 “고생한다”고 격려하거나 손팻말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남기고, 인터넷 실시간 중계도 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들 옆에는 시민이 건넨 커피와 음료수가 가득 쌓여 있었다.

대구에서 마트와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은 손해볼걸 알면서도 매대와 메뉴판에서 아사히 맥주를 비롯한 일본 전제품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6일 치킨과 맥주를 판매하는 대구 수성구의 한 음식점은 블로그를 통해 “현재 매장에 남아 있던 일본산 수입 맥주들을 전량 폐기처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산 수입 맥주들의 판매를 잠정 중지함을 알려드린다”면서 사진들을 첨부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지역 소규모 의류업체 ‘마미패드(대표 이교남)’는 ‘NO JAPAN’ 티셔를 만들어 판매했다. 이 티셔츠에는‘BOYCOTT JAPAN(일본 불매)’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합니다’ 등의 문구와 약지가 잘린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이 찍혀 있었다. 지난 달 18일 판매를 시작한 ‘NO JAPAN’ 티셔츠는 SNS를 타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역의 관변·시민단체도 동참 중이다. 대구·경북약사회는 일본의약품 불매를 발표했다. 대구경북진보연대, 대구시민단체연대회 등 진보단체와 정치권은 동성로에서 아베 총리 규탄 촛불집회를 열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도 함께 촛불을 들었다.

“얼마 못가 사그라들 것”이라던 일본 정부와 기업들의 예측은 빗나간 셈이다.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속적인 운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대구국제공항도 한산...주 190편에서 주 92편으로 감편

대구 지역 ‘BOYCOTT JAPAN(일본 불매)’의 수치는 대구국제공항의 분위기로 드러나고 있었다. 20일 대구국제공항의 출국장은 한산했다. 최대 주당 190편에 달했던 대구∼일본 간 항공편은 주 92편으로 크게 감편될 예정이다. 좌석 수로는 기존 3만6천414석에서 1만7천592석으로 절반이 넘는 51.6%가 줄어들게 된다.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지난 19일과 20일 구마모토 노선과 오사카 노선이 운휴에 들어갔다. 또 27일에는 삿포로, 오키나와 노선이 주 28편에서 14편으로 감편된다. 다음 달 1일에는 에어부산의 오사카, 기타큐슈 노선도 운휴에 들어간다.

국토교통부 역시 “국내 8개 항공사들이 총 56개의 일본 노선을 운행 중인데, 현재 1주당 왕복 29회 정도가 감축된 상황”이라면서 “여기에 항공사들이 추가로 일본 노선 감축을 검토 중이라 실제 노선 감축은 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예고된 지난 7월 3주차부터 7개 지방공항(김포, 김해, 제주, 청주, 대구, 무안, 양양)의 일본노선 여객이 감소세(1.3% 하락)에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 여름 성수기(7월 25일∼8월 11일) 기간 동안 일본 노선을 이용하는 여객은 전년도 40만8천481명에서 올해 37만4천483명으로 4만 명 가량(3만3천998명) 빠졌다.

◇절정은 광복절...하지만 “계속 간다”

대구 지역 ‘BOYCOTT JAPAN(일본 불매)’의 절정은 지난 광복절이었다. 지난 7월 3일부터 시작된 불매 운동이 광복절을 기점으로 규모가 더욱 커졌다. 이날 수성교 다리 위에는 ‘BOYCOTT JAPAN, NO ABE’라고 적힌 현수막이 여러 장 걸렸다. 

모두 일반 시민들이 사비로 제작한 것이었다. 안선영 씨와 정민권 씨는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김복동 할머니 일본 사죄를 꼭 받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실명으로 걸기도 했다. 

여기에는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없었다. 보수단체 바르게살기운동본부는 2·28공원 앞에 ‘NO 바르게 알고 바르게 구매하자. 일본제품불매운동에 앞장선다’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또 지난 16일 대구 평화의 소녀상에는 태극기와 함께 “잊지 않고 불매운동을 계속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도 놓여 있었다.

광복절이 끼어 있던 주말인 지난 17일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는 ‘일제불매 아베규탄 대구시민 플래시몹’이 펼쳐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이날 오후 6시 30분 흰색 상의를 입고 대백 앞 광장에서 ‘독도는 우리 땅’ 노래에 맞춰 함께 율동을 진행했다. 플래시몹도 유니클로 1인 시위와 마찬가지로 대구에서 처음으로 열렸으며, 특정 단체나 정치세력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주최 측은 “지역 곳곳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시민들이 익명 카카오톡 단체카톡방을 만들어 플래시몹을 펼치기로 결정했었다”라고 설명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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