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대구·경북)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오랫동안 보수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TK지역은 서서히 격전지로 변해가는 추세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2~14일과 16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포인트) 지지율은 TK지역에서 민주당 40.8%, 한국당 34.1%, 바른미래당 4.9%, 정의당 3.7%, 우리공화당 2%, 민주평화당 1.5% 순으로 나타났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한국당에 대한 실망이 무한 깊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전주 대비 1.0%p 내린 49.4%(매우 잘함 27.8%, 잘하는 편 21.6%)를 기록했다. 정당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이 전주 대비 0.5%p 오른 40.6%로 반등하며 지난 2주 동안 이어졌던 하락세가 멈췄다. 자유한국당은 0.7%p 오른 29.4%로 30% 선에 근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TK지역에서 민주당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이후 가장 높은 40.8%를 기록한 반면 한국당의 TK지지율은 7월 5주차 46.3%에서 8월 2주차 34.1%로 크게 떨어졌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지역의 한 한국당 당직자의 “보수통합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없고, 대안세력으로 거듭나지도 못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은 일리가 있다.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물어뜯는 일에만 열중할 뿐 다수 국민이 믿어도 될 만한 든든한 ‘대안 정당’으로 발돋움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민주당 정권에서 느끼는 ‘무능’이 한국당에서도 똑같이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놓고 저명한 한 우파 언론인은 ‘좌파는 10단인데, 기성 보수는 1단밖에 안 된다’고 개탄하고 있다. 그는 우파 정계를 향해 “밀알 한 알처럼 떨어져, 죽어, 썩어서, 많은 열매를 맺는 ‘고난과 부활’의 극적 과정을 제대로 밟아야 한다”고 절규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처절한 몰락을 경험하고도 보수 우파 정치인들은 조금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권력을 조금 더 연장하기 위해 분열적 행태를 거듭하는 모습이 민심을 더욱 돌아서게 만들 따름이다.

자유한국당은 충격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해법을 찾자고 TK지역의 여론 눈치만 살피는 근시안적인 해법을 모색해서는 안 된다. 배타적 지역주의가 크게 희석된 지금 제1야당이 해야 할 일은 보편적 민심의 소재를 정확하게 읽는 일이다. 온통 지뢰밭이 돼버린 이 나라 민생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 확실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황교안 대표가 또다시 장외투쟁을 선택했다. 지금 판국에 그런 선택이 과연 최선인지 다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TK민심이 따로 돌아가던 시대는 이제 완전히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