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의 명암
분양가 상한제의 명암
  • 등록일 2019.08.20 19:32
  • 게재일 20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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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대구취재본부 부장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

국토교통부가 최근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라는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치솟는 서울 강남을 비롯한 전국의 재개발 재건축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하지만,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쏟아진 부동산 대책 모두가 이번에도 재현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분양가 상한제를 완성하는 주거정책위원회다. 그러나 주거정책위의 정부 측 참석 인사가 거수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될 정도로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또 전매제한 주택을 LH가 매입한다는 내용도 지난 2005년 이후 단 한 건의 실적이 없어 실효성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시세의 반값에 부동산을 매각할 리 없고 경매나 공매로 위장해 시세대로 팔수 있는 방법이 무수히 많아서 거래 실적이 없을 수밖에 없다.

국토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확인된 주택청약통장 가입자는 모두 2천500만여 명으로 전국민 두사람 중 한 사람이 청약통장을 가진 셈이 됐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무주택자 위주로 개편된 청약제도를 시행하자 이를 활용하려는 무주택자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정부 측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겨냥한 역풍이라는 사실이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된다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발 ‘로또 청약’을 노린 청약통장 증가가 나타날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10월 이전까지는 HUG의 강화된 분양 보증심사에 따라 분양가를 규제받은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이 본격화된다. 상한제가 실시되면 사업자는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 HUG와의 분양가 협상력이 약해져 당초 분양가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청약에 당첨만 되면 나중에 인근의 집값 시세로 상승하는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어 부동산판 로또가 될 수 있는 점을 감안했다는 부분이다.

또 다른 악재는 건설사를 겨냥하고 있다. 수주환경 변화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건설업체가 늘어나면서 자산이 많은 건설사를 흔들 수 있는 행동주의 펀드가 서서히 고개를 들수 있다는 점이다. 전국 상위 순위 건설사의 경우 한 자산운용사가 지분율을 12.12%에서 15.22%로 증가시켜 당초 보유 목적이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 공시됐다. 이 자산운용사는 중견 건설사 2곳에 대해서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자산운용사는 결국 주주로서 고배당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이는 건설사의 경영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는 우려다. 이같은 우려는 중견 건설사 2곳의 지분을 보유한 또 다른 자산운용사가 주주총회에서 배당안건에 대해 자신의 요구에 맞지 않다며 반대표를 던진데도 잘 나타난다. 현재 분양시장은 공급량이 현저히 줄어 전국적으로 2천37가구 청약에 그치는 현상을 불러왔고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도 1%대로 하락할 시점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신규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는 역풍을 맞고 있다. 이러다 보니 최근 투자자들이 해외펀드에 넣은 돈이 무려 17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국내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전세계 경제는 그레이 스완(Gray Swan)이라는 다양한 악재에 노출돼 있다. 그레이 스완은 이미 알려져 있는 악재이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위험요인이 계속 존재하는 상태를 일컫는 것으로 블랙 스완(Black Swan)이란 용어에 빗대 생겼다. 현재 한국과 일본, 미국과 중국, 미국과 인도 간 무역분쟁을 비롯해 홍콩시위, 이란 경제 제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어려워지는 경제 사정에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정부는 추가 대책 발표에 대한 부담도 있겠지만, 위에 열거한 역풍으로 인해 다시 대책을 꺼내야 한다. 노무현 정권때처럼 실효성 없는 대책이 다시 반복된다면 악재와 후폭풍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될 것이다. 부동산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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