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매일 같이 쏟아지는 다양한 뉴스를 보거나 들으면서 심장이 뛰거나 울리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럼에도 최근 한일, 미중, 남북 등 국가 간 뉴스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지역사회 전체, 때로는 국가 전체를 한 마음으로 결집시킬 정도로 마음을 뒤흔드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처럼 개인들의 입장에서는 그 뉴스가 자신의 인생사 속의 어느 한 구석과 동화되거나 마치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끼기도, 자신의 생업과 직결되는 어떠한 영향을 주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역사회 전체를 결집시키는 문제부터는 다소 성격이 달라진다. 지역민의 결집은 국제정세 변화보다는 대부분 국내 사정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가령 국책사업의 배정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갈등 같은 경우다. 그런데 범국가적인 관심사이면서 국민들 대부분이 동조하는 것은 종교적인 문제, 역사적인 문제, 국제 정치외교적인 다툼, 그리고 민족 문제인 경우가 주류를 이룬다. 사실 이번에 발생한 한일 간 사태의 도화선에 불이 쉽게 붙은 것도 앞서 언급한 4대 문제 가운데 3개나 중첩되면서 국민 각자가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계기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갈등을 계기로 어느 일방이 선제적인 공격을 하고 상대방이 수비에 나섰다고 하여 반드시 공격자가 경제적 이득을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때로는 양측 모두가 손해를 입을 수도 있으며 공격자가 얻을 수도 수비자가 얻을 수도 있다. 누구나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경제문제에 관한한 누가, 어떤 지역이, 어느 나라가 더욱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시장을 읽고 있는가에 승패는 갈린다.

미중 무역전쟁, 남북 경협문제,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중간 갈등, 최근의 한일경제전쟁도 마찬가지다. 비록 정치외교적인 마찰이 원인이라도 외형적인 싸움의 수단은 결국 군사력이 아닌 경제력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경제의 싸움터는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시장이다. 그런데 국가나 지역의 문제로 발발하는 경제 전쟁이 어떠한 의사결정체계를 가지더라도 그 영향의 파급력은 결국 공급자 주도냐 소비자 주도냐에 따라 결정된다. 달리말하자면 과연 어느 측이 보다 정확하게 자신의 한계와 능력을 진단하고 시장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가에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유럽의 고급브랜드들이 홍콩을 중국과 다른 별개의 국가처럼 인식하면서 때 아닌 곤혹을 겪고 있다. 이는 중국이라는 시장(market)의 소비자를 무시한 결과다. 중국은 자신들이 세계의 공장이었지만 이제는 시장이기도 하다는 자신들의 힘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에 이탈리아의 베르사체, 프랑스의 지방시 등 세계적인 고급브랜드를 공급하는 그들이 세계 고급시장의 30% 이상을 소비하는 화교권의 반발에 바로 사죄한 것도 처음에는 안일했을지 모르지만 사태 발생 이후 시장의 지배자가 소비자임을 즉각 깨달았기 때문이다.

포항도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 한때는 공급자로서 철강시장에서 지배력을 가지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지 오래되었다. 그렇다고 대단한 구매력을 지닌 소비자도 아니다. 최근 강소특구에 이어 관광특구까지 지정되면서 조금은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지만 그럴수록 보다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포항이 추진 중인 다양한 관광 사업들도 실은 관광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포항이 준비하고 있는 관광서비스의 공급이 과연 관광소비시장에서 지배력을 발휘하는 국내외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살펴보아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최초의 소비자가 될 포항시민에게, 그리고 국내 다른 지역의 서비스를 소비해 온 내국인, 나아가 국제크루즈여객선을 타고 세계의 관광서비스를 소비해 온 외국인들의 눈높이 수준에 맞출 수 있을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