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 정상에서 내 위로 번개가 먹구름 가운데 반짝이며 갈라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초록빛 숲, 평야, 강과 호수 마을들을 보았습니다. 세이렌의 유혹하는 노래들을 들었으며 양치기의 굵은 고동 소리를 들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와 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악마들의 날개 끝을 만져보았습니다.

당신의 책을 통해서 나는 끝도 없는 절망의 수렁에 빠진 적도 있고 기적을 행하기도 했으며 한 마을을 불태우고 살육했고 새로운 종교를 설파했으며 전 세계를 정복하기도 했습니다. 책들을 통해 나는 지혜를 얻었습니다.

고금에 걸쳐 인간들이 만들어낸 불안한 사상들이 내 머릿속에 작은 덩어리로 압축되어 있습니다. 나는 당신들 중 누구보다도 내가 현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중략) 당신들이 살아가면서 의존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나의 진정한 경멸을 표현하기 위해, 나는 내가 한때 천국의 축복처럼 여겼던 200만 루블의 재산을 포기할 것입니다. 재산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나는 계약의 규칙을 어기기 위해 정해진 마감 시간 5분 전에 이곳을 떠날 것입니다.”

변호사는 약속대로 11시 55분에 탈옥을 감행하고 은행가는 쪽지를 금고에 넣어 보관하는 것으로 체호프 단편 ‘내기’는 여운을 남긴 채 끝납니다.

책을 통해 사람은 변합니다. 마르틴 발저는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고 했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젊은 변호사의 15년을 묘사하듯 이렇게 말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단단하든 부드럽든 단어들의 껍질을 깨고 그 단어 속으로 들어가 그곳에 응축되어 있는 의미가 자신의 가슴속에 폭발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책은 생각을 서서히 변화시킵니다. 일정 임계량을 넘는 순간 젊은 변호사처럼 폭발적인 진보가 일어납니다. 그 임계점은 1천 권일 수도, 3천 권일 수도, 1만 시간 의식적 연습일 수도 있습니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삶을 꿈꾸어 봅니다. 책으로 대화하고 책으로 교감하고 성장하는 빛나는 나날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책이 있는 구석방에 나를 유폐시키고 진정한 삶의 가치와 더불어 행동하는 양심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그대 용기에 큰 박수를 드립니다. 세상 도처에서 In omnibus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requiem quaesivi, 마침내 찾아낸, et nusquaminveni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nisi in angulo 나은 곳은 없더라 cum libro -토마스 아 켐피스 Thomas <00E0> Kempis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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