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 이상 신고, 1천건 넘어서
국내 수돗물 수질검사 항목 수
선진국형 부산시 270개 ‘최다’
서울·대구시도 170여개 달해
포항은 59개 기본항목뿐 ‘헐렁’
최근 소동 감안 더 늘릴 필요성

‘수돗물 이상’사례 신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포항 수돗물 검사항목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포항시의 수질검사 항목은 59건으로, 170건을 넘는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에 비하면 검사기준이 턱없이 헐렁하다는 평가다.

현재 포항시 먹는물수질검사소가 검사하는 항목수는 최대 59개다. 일반세균과 대장균, 납 수은 등 중금속, 냄새, 색도, 맛 등 관련 법상 기본적인 항목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대학의 수강과목으로 치면 ‘전공필수’에 해당하는 기본적 항목으로 볼수 있다. 상수원의 수질에 따라 검사항목수가 다를수도 있지만 최소한의 검사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수 없는 수준이다. 수도법은 광역 및 지방상수도는 분기별로 최대 59개 항목 검사를 시행하고 마을상수도 및 소규모 급수시설 대상으로는 최대 연 1회 58개 항목 검사를 실시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에 비해서는 항목수가 현격하게 차이가 나고 있다. 수돗물 이상 소동이 벌어진 것을 계기로 포항의 수돗물 검사항목도 선진도시 수준에 버금가도록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시민들의 요구다.

서울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수준 이상인 170개 항목을 바탕으로 해마다 서울물연구원에서 자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의 수질검사에서는 포항에서는 하지 않는 서울시 감시 항목 110개 항목을 추가 검사하고 있다. 이 항목에는 녹농균·살모넬라·장구균 등 미생물과 니켈·베릴륨·우라늄·주석 등 무기물, 부타클러·스티렌·시마진·알드린 등 유기물 등도 포함돼 있다.

인근 지역인 대구시 역시 서울시 수준에 버금간다. 법상 먹는물수질검사 기본항목 59개 이외에 환경부 감시항목 25개, 대구시 자체감시항목 91개 항목을 추가해 모두 175개 항목에 대한 수질검사를 하고 있다.

부산은 검사항목이 가장 많다. 법정정수검사항목 59개 항목에다 환경부 검사기준 25개, 부산시 자체항목 190개를 더해 모두 274개 항목에 이른다.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취수원의 수질이 낮고 시민들의 수돗물 불신이 가장 깊은 지역인 점도 작용하고 있다. 부산시는 1,2-디클로로(시스)에텐, 1,2-디클로로(트란스)에텐, 1,2-디클로로에탄, 1,1,2-트리클로로에탄 등 WHO(세계보건기구)와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검사 항목을 대조해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차이는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에서 비롯됐다. 대구의 경우 페놀파동을 겪었고, 서울 등 대도시는 시민들의 수돗물 불신이 극심해지자 검사항목을 대폭 늘리는 방법으로 소비자인 시민들의 신뢰회복을 노리고 있다. 서울시 수도 당국은 정수장별 검사 외에 수도꼭지별, 자치구별 검사도 병행하고 있다. 수돗물 사용 가정이 원할 경우 수도사업소 별로 호별 방문을 통해 개별검사도 원하는 시간에 수시로 해주고 있다. 일종의 수돗물 수질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의 경우 이같은 검사항목 강화를 통해 수돗물을 ‘아리수’로 명명해 국제회의는 물론 공공회의 때 제공하면서 수돗물 브랜드로 자리잡게 할 정도로 신뢰를 회복한 상태다.

시민 김모(54)씨는 “수돗물 필터 변색으로 주민들 사이에선 서로 ‘그 집 물은 어떻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일상이 됐다”며 “기본 검사만 할 것이 아니라 여타 대도시들 수준으로 검사 기준을 대폭 강화해 포항시민들이 진정으로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검사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수돗물 신뢰회복이 어려울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시민은 “막여과 방식으로 6개 항목만 달랑 검사해 먹는 물로 안전하다고 결론내리는 포항시 수도당국의 배짱이 대단하다”고 힐난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대도시와 비교해 검사항목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예산 확보 등 검토를 통해 검사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포항시 남구 일대 수돗물 이상으로 접수된 시민 신고건수는 1천여건에 육박하고 있다. 최초로 수돗물 이상 신고를 한 남구 오천읍 일대는 물론이고, 상대동, 대잠동, 동해면 등 남구의 다른 지역에서도 신고가 계속되고 있다. 신고건수가 최고 하루 300건에 이르기도 했으나 최근들어 하루 100건 미만 수준에서 꾸준히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 포항시는 이들 지역 수돗물 시료 111건을 경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 위탁검사한 결과 모두 수질기준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시는 유강수계 47곳에 막여과 실험 결과 1등급 30곳, 2등급 8곳, 3등급 9곳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3등급 9곳은 오천읍 원리 8곳, 상대동 1곳이다. 막여과 실험은 수돗물 1ℓ를 공급 0.45㎛ 여과지에 걸러 색이 변한 정도를 측정한다. 1등급은 우수, 2등급은 양호, 3등급은 단시간 동안 변색이 일어난 것으로 분류한다. 시와 민간전문조사단은 변색원인으로 1차 추정되고 있는 ‘망간’과 관련해, 관로에 퇴적된 망간 제거 작업을 실시할 방침이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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