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7℃ 넘나드는 고수온에 사흘새 2만5천 마리나 폐사 피해
경북 동해안 양식장 피해액만 3년간 20억 넘어 어민 생계 ‘비상’
도내 시설현대화 완료 16곳 불과… 피해예방시설 보급 지지부진

고수온 현상으로 동해안 양식장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해 어민들의 생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주말간 포항에서만 벌써 2만여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하는 등 짧은 기간 동안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난 2017년부터 추진해 온 양식장시설현대화사업은 이번 고수온 피해를 모두 막아내지 못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18일 오후 1시 기준으로 넙치 1만2천118마리, 강도다리 1만2천833마리 등 포항시 4개 양식장에서 물고기 2만4천951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성어가 2만4천480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피해액 누계는 1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15일 4천500마리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데 이어 16일과 17일 각각 7천635마리, 8천543마리가 연이어 폐사했다. 수온은 계속해서 25∼27℃를 넘나들고 있어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 양식장은 ‘양식장현대화시설사업(저층해수 취수라인)’ 시설로, 평소 수온을 저층 수온(16∼17℃)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주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표층수온이 28.1℃까지 치솟으면서 양식어류들의 집단폐사로 이어졌다.

제10호 태풍 ‘크로사’가 발달하면서 동해안이 간접 영영향권에 포함됐고, 이 영향으로 고온 표층수와 저층수가 섞여 수온이 급격하게 상승한 게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수온 양식장 피해는 매년 이맘때쯤만되면 반복되고 있다. 비단 포항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북 동해안에는 지난해에도 고수온 현상으로 포항, 영덕 등 양식장 43곳에서 어류 80만5천여마리가 폐사했다. 피해액만 연간 8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 2016년에 피해가 가장 컸다. 2016년 8월 11일부터 23일 동안 동해안에서는 81만2천여만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했고, 피해액도 8억2천여만 원에 이른다. 2017년은 64만여 마리, 작년에는 80만여 마리가 고수온 현상으로 집단 폐사했다. 불과 3년 동안 20억 원이 넘는 피해를 낸 것이다.

반면에 피해 예방 시설 보급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지난해까지 포항 11곳, 영덕 3곳, 울진 2곳 등 경북도 내 단 16곳만 양식장현대화시설 설치가 완료됐다. 경북도내 총 63곳의 육상수조 양식장 중 25% 가량만 고수온 대비 준비를 마친 셈이다. 고온을 저온으로 바꿔주는 냉난방장치인 히트펌프 설치사업도 전체의 39% 수준에 그치고 있다. “비용 부담이 크다”는 어가들의 입장과 “양식어가들의 소극적인 참여”가 원인이라는 지자체 간의 간극이 존재하고 있어 시설 구축 진행은 더디기만 하다.

한편, 포항시는 현재 합동조사반을 편성해 정확한 피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물고기 폐사체 수거 처리 등에 협조하고 있으며 얼음 5천각, 액화산소 133t 등을 긴급 지원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고수온·적조 등 수산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피해가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피해 최소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행정적 조치를 다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앞서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달 29일 전 연안에 고수온 관심 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지난 13일 포항 월포에서 경남 거제 화도 해역까지 고수온주의보를 발표했다. 고수온주의보는 해역 표층 수온이 28℃에 도달하거나 도달할 것으로 예측될 때 발령된다.

/전준혁·이바름기자

    전준혁·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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