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69명 근무… 해마다 증가
개청 후 첫 여성서기관 3명 탄생
효곡동행정복지센터 14명 중 11명
힘 쓰는 작업 외엔 성별 차이 없어
양성친화적 변화·워라밸문화 한몫

포항시 공직사회의 ‘우먼파워’가 커지고 있다. 여성 공무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서기관(4급), 사무관(5급) 등의 여성비율이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8일 포항시에 따르면 현재(2019년 7월 말 기준) 포항에는 총 2천209명의 공무원이 있다. 이중 969명(43.9%)이 여성 공무원으로, 그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로 2016년 807명, 2017년 877명, 2018년 941명 등이다. 올해는 개청이래 최초로 4급 이상의 여성 공무원이 3명이나 있어 여성의 관리직 진출이 가속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윤영란 남구청장, 장숙경 평생학습원장, 박혜경 북구보건소장 등인데, 이들은 모두 각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어 호평을 얻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여성 공무원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으며, 핵심부서로 통하는 예산, 인사, 경제 등의 부서에서도 여성 공무원의 진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여성비율이 80% 가까이 되는 행정복지센터도 생겼다. 남구 효곡동 행정복지센터는 동장을 포함한 공무원 14명 중 무려 11명(78.6%)이나 여성이다.

윤영란 남구청장은 “과거 여성 공무원은 주로 민원실로 발령받아 단순 업무만 했고, 조직 내에서도 여성들에게 주요업무를 맡기는 걸 꺼렸다”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핵심 부서들은 금녀(禁女)의 구역처럼 여겨져 여성들이 재능을 보여주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요즘은 성별에 관계없이 개인의 능력을 인정받는 시대가 왔고, 여성들이 스스로 한계를 긋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유리천장을 부숴야 한다”강조했다.

여성 공직자가 증가는 공직사회에서 워라밸(Work-life balance) 문화가 폭넓게 확산하는데도 한몫했다.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등 가정 친화적 제도가 공직사회 전반에 정착되고 있고, 야근을 줄이는 등 직원들이 보다 가정에 집중할 수 있는 문화가 확대되고 있다.

36년차 공무원 B씨(57·여)는 “과거에는 육아 휴식 제도가 없었다. 출산휴가도 두 달 정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직장에서 언제 돌아오느냐고 재촉해 눈치가 보여서 예정보다 일찍 출근했다”며 “지금은 육아휴직 제도도 잘 갖춰져 있고, 조직 내에서도 임산부를 현장 근무와 비상근무에서 제외해주면서 배려를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회식문화도 급변하고 있다. 회식 때 술 잔치를 벌이던 문화는 점점 줄고 있고, 볼링이나 영화 등 취미·문화생활을 접목시킨 회식도 인기다.

급변하는 조직문화 속에 남녀 간 갈등 요소도 상존한다.

익명을 요구한 남성 공무원은 “업무를 하다 보면 힘쓰거나 힘든 일은 남자가 도맡아서 하는 등 요즘은 오히려 남성이 성차별을 당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면서 “여성의 증가로 조직문화가 예전보다 부드러워지고 수평적으로 변한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자칫 정도가 심하면 위계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생긴다”고 우려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앞으로 여성 공무원의 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 모든 일들은 남성 중심이던 공직사회가 양성 친화적으로 변화하는데 겪는 과도기적 갈등이라고 생각한다”며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힘이 약한 건 사실이지만, 힘을 쓰는 작업 외에는 성별을 떠나서 맡은 바 임무를 잘 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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