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대구 중구 경상감영길 희움역사관에서는 ‘기억과 행동’이라는 주제로 맺힌 응어리를 풀지 못한 할머니들의 넋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

이상길 대구시 행정부시장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결단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 전국에 스무분, 대구에는 할머니 두 분밖에 남지 않았다”며 “일본이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는 게 오늘날 현실이다. 인권과 평화, 바른 역사 실천을 위해 시대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경욱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사장은 “가슴 속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같은 불길이 여전하다”며 “일본은 무엇이 그리 떳떳해 이런 자세를 유지하느냐”고 말했다. 기림의 날 기념 공연에 나선 퓨전국악 밴드 ‘나릿’은 ‘나를 잊으셨나요’란 노래를 부른 뒤 “(피해 할머니들께서) 나를 잊으셨냐고 물어온다면 잊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행사를 마친 뒤 참석자 70여명은 2층 전시관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당신, 김순악’ 전시회를 관람했다.

이 전시회는 1928년 6월 경산에서 태어나 중국 장자커우에서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한 할머니의 생을 기록했다. 2010년 1월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도 할머니는 “나를 잊지 말아달라”는 말을 남겼다. 8월 14일은 고 김학순(1924∼1997) 할머니가 1991년 8월 14일 반세기 동안 묻어둔 위안부 피해를 처음으로 증언한 날로 이를 기려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가 2012년 ‘세계 위안부의 날’로 지정했다.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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