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아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 74주년 기념식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유달리 많은 국민들이 광복절 경축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로 인한 국민적 감정이 들끓고 있기 때문일게다. 그래서일까. 15일 저녁 광화문 광장은‘NO 아베’피켓을 든 인파의 물결로 뒤덮였다.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치달은 6.25전쟁의 군수물자 조달로 나라살림을 살찌운 일본이 뒤늦게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빌미로 경제보복에 나선 것도 모자라 일부 극우 정치인과 극우언론들이 우리 국민과 나라를 희화화하며 혐한발언을 지껄여대는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타고 우리 국민들에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를 통해 해방 직후 한 시인이 말한 새나라의 꿈인 ‘아무도 흔들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제분업체계 속에서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한다면 평화로운 자유무역질서가 깨질 수 밖에 없다”면서 “먼저 성장한 나라가 뒤따라 성장하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된다”고 직설적으로 일본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며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평화를 번영을 이루는 평화경제를 구축, 통일로 광복을 완성하고자 한다”면서 “평화경제는 한반도의 비핵화위에 북한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을 계속해나가는 데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한 야당의 반응은 여전히 시니컬하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막연하고 대책없는 낙관, 민망한 자화자찬, 북한을 향한 여전한 짝사랑”이었다고 평가했다. 전 대변인은 “‘아무도 흔들수 없는 나라’에 대해서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말”이라면서도 “문재인 정부들어 외교·안보정책의 실패로 ‘아무나 흔들수 있는 나라’가 되고 있다”고 회초리를 날렸다. 야당의 독설이야 귀담아 들을 말만 챙기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민간차원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관광 거부운동이 빠르고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수입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던 일본 맥주가 지난 달 3위로 급락했는가 하면 이달 들어 일본 맥주 수입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한국에서 일본 수입차 판매도 급감했다.

전국 17개 광역의원들은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제정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조례안에는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 대상기관과 금액,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지양에 대한 시장과 교육감의 책무 및 기본계획 수립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3.1운동과 광복으로 부터 기나긴 시간이 지났는 데도 청산하지 못한 일제의 잔재, 특히 전범기업은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들어 있고,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살고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면서 “우리 국민들을 강제동원해 착취한 노동력으로 일어선 일본기업들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은 커녕 공식사과조차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뜩이나 거센 일제 불매운동 불길에 기름을 붓는 회견이었다.

이처럼 바짝 달아오른 일본과의 감정싸움에 다소 둔감한 아이들에게 일본 제국주의가 이 나라와 국민들에게 저지른 전쟁범죄를 하나하나 설명하다보면 어느새 일본의 부끄러움 모르는, 후안무치한 태도에 분노하게 된다. 특히 전 서울대 교수 이 모씨의 발언에는 입을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는 이들이 많았고, 친일파 언론인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에는 같은 하늘아래 산다는 게 부끄럽다는 반응마저 나왔다. 이래저래 올해 광복절은 밋밋하게 지냈던 여느 광복절이 아니라, 다시 보고, 듣고, 느끼게 된 특별한 광복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