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7일, 의문의 심리 실험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가 올라옵니다. 20평 안락한 공간에 홀로 30일 동안을 견디면 950만원을 지급한다는 것. 조건은 간단합니다. 30일 동안 TV, 책, 컴퓨터, 신문, 인터넷, 대화 등 모든 일상생활을 단절하고 오직 창조적 활동, 즉 그림 그리기나 손으로 쓰기만 할 수 있습니다. 주 2회 담당 심리학자와 대화하는 것 이외에는 어떤 외부와의 접촉도 금지합니다. 24시간 CCTV로 관찰한다는 조건도 있습니다. 7일까지는 중도 포기할 수 없으며 시급 1만1천원. 시간이 흐를수록 시급이 올라갑니다. 이런 조건으로 30일까지 버티면 950만원을 지급한다는 조건이었지요.

많은 누리꾼이 후끈 달아올랐지만 실제로 지원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실험 이후 정신적 문제가 생길 경우 국내 최고 의료진과 교수들로부터 무료 치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 사람들이 망설였다고 합니다. 자해 등으로 생긴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없다는 경고문을 보면서 대부분 포기했다고 하지요. 실험에 도전한 한 남성은 30일 동안 영어 단어 1만 개를 외우고 나올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히고 시작했는데 13일 차에 악몽을 꾼 이후 견디지 못하고 포기 벨을 눌렀습니다.

단편 소설의 최고봉이라 일컫는 안톤 체호프. 그가 쓴 1889년 작품 ‘내기’에 위 상황과 비슷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한 젊은 변호사가 부유한 은행가와 파티장에서 격론을 벌입니다. 사람을 단번에 죽이는 사형제도와 서서히 죽이는 종신형, 그 어느 것이 더 윤리적인가 하는 주제였습니다. 젊은 변호사는 죽는 것보다는 사는 것이 백번 낫다는 주장을 하고 부유한 은행가는 사형제도가 훨씬 인간적이라면서 불꽃 튀기는 설전을 벌입니다. 흥분한 은행가는 젊은 변호사에게 제안합니다. “만약 당신이 독방에 5년 동안 들어가 있을 수 있다면 200만 루블을 상금으로 걸겠소.”

25세의 피 끓는 변호사는 한 술 더 뜨지요. “차라리 15년으로 합시다. 5년은 실험해 볼 가치도 없소.”

내기는 단숨에 성립합니다. 은행가는 정원 바깥채에 변호사를 감금하죠. 조건은 작은 창문 하나를 통해 와인, 담배 등을 비롯한 음식을 제공하고 책은 무한정 넣어 주며 피아노도 한 대 제공한다는 조건입니다. 외부 접촉은 일체 차단합니다. 30일이 아닌 15년 조건이라면 최소한, 이 정도는 배려해 줘야 하겠지요? 무료한 젊은이는 하루 종일 피아노만 칩니다. (내일 편지에 계속)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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