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40여 년 전 대학원을 갓 졸업하고 한국굴지의 모 건설회사에 취직하였을 때 일이다. 광화문 14층 기획관리실에서 근무할 때 어느날 건설노무자 여러 명이 갑자기 나타났다. 사무실을 박차고 들어온 그들은 흥분된 어조로 “왜 우리 봉급이 봉급봉투에 0 이라고 나오는가?” 라고 물었다. 컴퓨터의 실수였다. 당시 한국에 컴퓨터가 도입된지 몇 년 안되던 시절 건설노무자 봉급을 전산화하는 과정에서 에러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컴퓨터는 빌딩 지하에 있었고 노무자들은 그리로 몰려갔다. 컴퓨터를 파괴할 기세였다. 평소에 컴퓨터가 노동을 뺏어간다는 피해의식 속에서 이런 컴퓨터 에러는 컴퓨터를 파괴하기에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었던 시절이다. 다행히 사과하고 전산화 과정을 설명하고 과격한 행동을 만류하기는 했지만 정말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진땀을 빼던 기억이 난다.

이와 비슷한 일이 200여 년 전 영국에서도 일어났다. 후세의 평가는 갈리기는 하지만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은 19세기 초, 1811∼1817년 사이에 일어난 “기계 파괴 운동”이다. 당시에 발명된 방직기의 등장으로 사람이 했던 노동을 기계가 빠르게 처리하게 되는데 위기감을 느낀 노동자들이 단합하여 대규모 기계파괴 운동을 벌인 것이다

결국 기계로 인한 생산성은 무시할 수 없기에 러다이트 운동은 수그러들었지만, 노동자들은 노조설립 허용, 단체교섭을 인정받으면서 정치권과 자본가들의 양보를 받아내었다. 이는 어찌 보면 최초의 노동운동이었다.

급격히 부각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네오 러다이트(Neo Luddite) 운동이라 하여 과학 기술에 적대적인 사상과 그 움직임을 뜻하는 새로운 용어가 탄생하였다. 네오 러다이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첨단기술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것으로 여기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언저리에서 네오 러다이트의 정당성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인공지능의 발전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 존재한다. 6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2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전문가 견해도 있는데 그래도 4만개가 마이너스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시발점으로 사회 전반에 퍼진듯 보이는 4차산업혁명은 이미 이전부터 인공지능이란 형태로 과학자들에 의해 개발이 진행되어 왔지만 알파고의 활약에 의해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기술적, 물리적인 문제로 인해 구현이 불가능했던 것들이 가능해지면서 인공지능의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알파고 사건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 계기로 전세계는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나오고 있다. 아마존 고(Amazon Go)라고 불리는 무인스토어에서는 고객이 가게에 그냥 들어가서 물건을 들고 나오기만 하면 된다. 모든 과정은 센서와 인공지능이 처리한다. 제조업의 자동화인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도 지능적 공장경영을 통해 직원수를 줄이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아마존고와 스마트팩토리의 예에서 보듯이 일자리 감축에 대한 우려감이 생기는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러다이트 운동의 예나 2차세계대전 후 발명된 컴퓨터의 도입에 의한 사무자동화의 예로 볼 때 네오 러다이트 운동의 정당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기계화에서도 전산화에서도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일자리가 감축되었다고 보기보다는 일자리가 다양화되고 고급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40년 전 공대생들이 연산자를 가지고 고생하면서 계산하던 시대에서 이제 스마트 폰을 간단히 계산하면 좀더 응용분야 연구에 시간을 쏟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러다이트 운동의 4차산업의 적용인 네오러다이트 운동의 정당성은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우리는 다가오는 아니 이미 도착한 4차산업혁명을 환영하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