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인 수

거, 앉아보소.

늙은 여자가 강물 물 가까이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쉰 목소리로 말했다. 다 망가진 채 엉거주춤 돌아온 사내더러 한 번 말했다. 꺼질 듯 낮게 말했다. 키가 껑충한 그래서 그런 건지 낯짝 안 보이는, 아직도 허공에 매달려 떠돌고 있는 건지 낯짝 없는, 낯짝 없는 사내더러 여자가 말했다.

여자는 오랜 세월, 장터거리에서 혼자 국밥집을 해왔다. 저녁노을 그 아래 시뻘겋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그러나 쿨럭쿨럭 뒤엉키는 물, 지금은 다만 긴 강.

이 시를 읽고 나면 가슴 한쪽이 먹먹해지는, 어떤 서러움 같은 것을 느끼게 됨은 무슨 까닭일까. 시인이 펼쳐내는 참 기막힌 한 장면을 본다. 다 망가진 채 쿨룩거리며 돌아온 사내와 시장에서 국밥장사로 한 생을 보내는 여인네가 강가에서 해후하는 장면이다. 첫사랑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그들 사이에 놓여 있음을 본다. 그녀의 기다림은 이 잠깐의 만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긴 강처럼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 속에서 계속될 것이라는 여운을 남기는 가슴 아픈 해후의 한 장면을 시인은 그려내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