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심장병 수술로 새 생명 선물

[안동] “심장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 꿈만 같아요. 이제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카자흐스탄 열다섯 살 소녀 타비파(Tabifa Yerzhanova)가 최근 안동병원에서 심장병 무료 수술을 받고 새 생명을 얻은 뒤 한 말이다.

12일 안동병원에 따르면 한국에서 6천km 떨어진 카자흐스탄 서쪽 끝 아티라우시에 사는 타비파는 심장병을 앓았으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수술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부모는 타비파가 여섯 살 때 심장병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나 일용직에 월 300달러 정도 수입으로 가족 생활비 대기에도 빠듯했기 때문이다.

소녀는 10여 년 동안 맘껏 뛰어놀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대신 책 읽기를 좋아하고 취미로 옷 수선하는 것을 즐겼다. 장래 희망은 디자이너다.

소녀의 꿈은 안동병원과 한국 보건산업진흥원, 경북도 등의 도움으로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안동병원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벌이는 2019년 한국 의료 나눔 확산사업에 참여해 타비파 심장 수술을 지원한 것이다.

타비파는 지난 5일 아버지 알라베르디씨와 함께 입국했다. 이날 오후 병원에 도착한 타비파는 심장MDCT, 심장초음파, 경식도심장초음파 등 기본검사와 정밀검사를 받았다.

진단 결과 승모판막 폐쇄 부전증으로 상태가 심각한 상태였다.

승모판막 폐쇄 부전증이란 승모판막이 수축 시에 잘 닫히지 않아 좌심실에서 좌심방으로 혈액이 역류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주요 증상은 전신 쇠약감, 피로감, 운동 시 호흡 곤란,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대표적인 치료는 심장을 열어 외과적으로 판막을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성형술 또는 치환술을 받아야 한다.

암창영 안동병원 흉부외과 과장, 현대우 심장내과 과장은 타비파의 상태가 심각해 성형술보다는 치환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승모판막 치환술은 승모판막 성형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이 심한 경우에 시행한다.

타비파는 지난 7일 오전 9시부터 약 7시간의 수술이 진행됐다. 그 후 심혈관중환자실에서 이틀동안 집중 치료를 받은 뒤 지난 9일 일반병실로 옮겼다.

타비파의 아버지는 “딸의 생명만 살린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를 살려준 것이다”라며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도움을 준 대한민국에 감사하고, 특히 심장수술을 지원한 안동병원과 심장수술 의료진을 평생 고마워하며 살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안동병원은 지난해에도 뺑소니 사고로 좌절한 30대 몽골 가장에게 수술치료를 지원해 건강과 희망을 선물한 바 있다.

강신홍 안동병원 이사장은 “의료사업 서비스로 사회공헌에 계속 기여하겠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환자 치료를 지원해 어려운 분도 돕고, 한국 의료 우수성을 알리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카자흐스탄 민영방송국 KTK TV는 타비파의 심장수술치료 과정을 동행 취재해 카자흐스탄 전역에 송출한다. 아리랑 TV도 동행 촬영해 다양한 외국어로 해외에 소개할 예정이다.

안동/손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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