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속 답답한 공기와 달리 맑고 달콤한 산소가 폐 속으로 들어와 새로운 활력을 몸에 공급합니다. 밤이 되자 눈뜰 용기를 냅니다. 하늘에는 뭇 별들이 반짝입니다. 교교한 달빛에 비친 나무며 들판이며 산들을 바라봅니다. 하룻밤을 흥분으로 지새웁니다. 눈이 현실에 적응합니다. 아침 해가 떠오르자 세상 만물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멀리 뛰어가는 사슴 한 마리.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 푸드덕거리며 날아가는 꿩 한 마리를 봅니다. 경이로움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마침내 죄수는 용기를 내어 가장 강렬한 빛인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봅니다.

플라톤은 동굴 밖으로 나온 죄수가 경험하는 세상을 ‘진정한 삶’이라고 말합니다.

동굴 안에서 희미하게 보던 삶을 감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가시(可示)적 영역이라면, 동굴 밖 세상은 지성에 의해 알 수 있는 가지(可知)적 영역이라 말합니다. 가지의 영역에서는 태양으로 비유한 선의 이데아, 즉 만물의 궁극의 제1원리가 인간으로 하여금 진정한 삶, 진정한 앎에 이르도록 빛을 비춰 준다고 말합니다.

지성으로만 알 수 있는 영역은 오로지 캐묻는 방식으로 탐구할 수 있다고 말하지요. 캐묻는 삶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금광에서 황금을 캘 수 있는 비결입니다. 플라톤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진정한 삶을 한 번 본 사람은 거기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동굴로 돌아가야 합니다.

다시 어둠에 적응해야 하고, 밖에서 본 것들을 죄수들에게 설명하고 사슬을 끊고 방향을 돌려 밖으로 탈출하자고 설득해야 한다는 거죠. 죄수들은 익숙해진 삶에 태클을 걸고 자꾸만 캐묻는 이 작자가 귀찮아집니다. 결국, 죄수들은 밖에 나갔다 온 자들을 모두 잡아 죽이자고 결의합니다.

아테네 법정에서 죽을지라도 캐묻는 삶의 자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소크라테스 존재와 죽음의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진정한 골드러시는 생각에서 황금보다 소중한 것들을 캐기 시작할 때 벌어지는 축제입니다. 익숙하게 살고 있는 먹구름 아래 현실이 어쩌면, 동굴 안의 죄수와 같이 희미한 삶일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자기 인식과 성찰. 동굴 밖으로 나가 보고 싶은 호기심과 열망. 같이 가자고 부추기는 진정한 친구.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삶이 고난의 통로를 거치고 진흙으로 엉망이 된다 해도, 빛을 만나 안구에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해도,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할 길입니다. 진정한 황금은 우리 생각 안에 이미 가득 매장되어 있습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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