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새벽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이스칸데르와도 다른 가공할 전술 미사일이라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군 당국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의 신형 미사일이 수백 개의 자탄(子彈)을 탑재해 넓은 지역을 초토화하는 확산탄(집속탄)일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면서 한반도의 핵 균형을 위해서는 남한의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말 폭탄이 도를 넘고 있다. 북한 매체가 11일 공개한 사진에 등장한 2발의 미사일은 외형이 미국제 ‘에이태킴스(ATACMS)’나 우리 군이 지난해 개발을 완료한 한국형전술지대지미사일(KTSSM)과 흡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사일 발사 직후 “우리의 지형 조건과 주체전법의 요구에 맞게 개발된 새 무기”라고 말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함께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험구를 동원하여 아예 대놓고 남한을 모욕하고 희롱하고 있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로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청와대를 ‘개’로, 한국군의 훈련을 ‘똥’으로 표현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노골적으로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만 협상하고 남한은 배제하는 북한의 전략) 의도를 표출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우리 눈에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막말을 했다. 훈련 명칭을 바꾼 것에 대해서도 “똥을 꼿꼿하게 싸서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해 악취가 안 날 것 같은가”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 대남 막말 비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의 판을 엎어버리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을 협상을 앞두고 써온 상투적인 ‘긴장을 증폭시키는 방법’으로 해석한다. 북·미가 활발히 친서를 교환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라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을 잇달아 감행하는 것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전술핵무기를 한일과 공유해야 한다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대(NDU) 보고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NDU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핵 위협에 대응해 아시아 파트너국과 ‘비전략적 핵 능력(전술핵무기)’을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술핵 배치는 북한의 핵 개발 의지를 꺾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또 안보비용을 절감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전술핵 배치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빠른 속도로 높아지는 북핵 위협에 우리가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하는 일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지금은 어물어물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