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대응·국내산업 육성
포스코·RIST 협력, 시스템 마련
기업 소재·부품분야 지원
7개 분과 교수 100명 연결
기술자문·실험분석 노하우 전수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국내 소재·부품분야 기업 위기에 포스텍 교수들이 ‘구원투수’로 나선다.

포스텍은 POSCO와 RIST와 협력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해 국내 소재산업 육성을 위한 강소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고 11일 밝혔다.

기존에 운영해 온 기업지원 프로그램 노하우를 바탕으로 당장 특정 국가의 규제 분야뿐만 아니라, 외국 의존율이 높은 분야까지 폭넓게 지원하고 투 트랙(Two-track)전략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를 포괄할 방침이다.

우선, 중소·중견기업을 위해서는 ‘전문가 풀(expert pool)’ 시스템을 마련한다. 인력 중 소재·반도체·철강·에너지·통신·전자분야의 교수 100명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산학협력단과 해당 분야 분과장이 교수를 직접 연결, 자문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포스텍 전체 전임교수 인원이 288명인 점을 감안하면, 3명 중 한 명이 전문가 풀에 등록되는 것이다.

분과는 △소재 △철강 △화학 △생명 △전자(디스플레이·통신) △화학공학(에너지·2차전지·촉매) △기계공학 등 7개 분야로 나뉜다. 이 시스템에 포항 지역 강소기업의 신사업 육성과 애로기술 자문, 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기업연계 프로그램을 꾸준하게 운영해 온 노하우를 활용한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연평균 180건의 실적을 올렸다.

또, 대기업 대상으로는 지난 2016년 우리나라 대학 최초로 설립·운영 중인 산학일체연구센터를 통해 지원한다. 포스텍은 LG디스플레이, 삼성SDI, 효성, 삼성전자, 포스코케미칼 등 5개 기업과 산학일체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모두 디스플레이와 소재, 에너지, 반도체 등 이번 조치와 높은 관련이 있는 기업들이다. 이들 센터는 애로기술 지원뿐만 아니라 신시장 창출을 위한 중장기적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포스텍에 위치하고 있는 포항가속기연구소가 첨병으로 나선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일본이 얼마 전 규제 조치를 취했던 소재 3종 중 하나인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를 시험할 수 있는 유일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 반도체의 회로를 그릴 때 감광액으로 사용되는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는 사실상 100% 일본산인 소재다. 3종 소재 중 유일하게 얼마 전 규제가 해제됐지만, 빠른 국산화가 필요한 소재 중 하나다. 현재 이 감광액을 만들기 위한 극자외선(EUV) 라인을 가진 곳은 한 개 기업뿐이고 그나마도 생산을 위한 설비라 실제 테스트용으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적외선부터 X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의 빛을 만들어낼 수 있어 ‘빛 공장’으로도 불린다. 이 다양한 빛으로 소재에서부터 반도체 분야, 생명이나 화학분야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데, 포항가속기연구소 산업기술융합센터가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을 받아 바로 이 극자외선을 공급할 수 있는 빔라인을 만들었다. 아직 제한이 있지만 앞으로 활발한 활용이 기대된다. 일본의 제재 관련 품목을 살펴보면 2차 전지나 디스플레이, 촉매제 등에 관련된 품목이 대략 1천100여 개 정도로, 앞으로 소재나 화학, 에너지 자원 분야에서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포스텍은 강소기업을 지원해왔던 노하우가 있다. 기업의 기술 자문뿐만 아니라 220여개 시험분석장비를 기업들과 공동으로 활용해 왔다. 비수도권의 경우 시험분석이 원활치 않은 점을 고려한 것이다. 지난 2018년 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을 이용해 진행된 기업 대상 분석 실험은 무려 4천139건에 달한다.

포스텍 김형섭 산학협력단장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산학연 체계를 구축한 포스텍은 개교 이래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고, 2016년 산학일체연구센터 도입 등 더욱 직접적인 기여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소재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포스텍은 지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과 손잡는다면 지금의 위기는 우리나라에 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