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환경민원기동처리반 악취 민원 단속현장 따라 가 보니…
2인1조 이룬 민간감시단 3개팀
화약약품 역한 냄새 참아가며
공단 구석구석 순찰 ‘맹활약’
심야·새벽시간대도 직접 점검
“단속권한 없지만 감시는 철저”

지난 9일 민간환경감시원들이 최근 시민들에게 악취 신고를 많이 받고 있는 철강 공단 지역의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폭염이 지속하면서 시민들이 무더위에 지쳐가고 있다. 더욱이 시원한 바람을 찾는 시민들에게 악취는 더욱 짜증스럽게 한다. 최근 폭염과 함께 포항철강 공단 인근 지역 주민들의 악취 민원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1시 40분께 포항시 남구 오천읍 행정복지센터 맞은편에 자리 잡은 환경민원상황실은 분주한 모습이었다. 민간환경감시원들은 ‘환경민원기동처리반’ 마크가 선명하게 새겨진 연두색 조끼를 고쳐 입으며 시민들을 괴롭히는 악취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후 2시께. 준비를 마친 오후 반 민간환경감시원 6명은 2인 1조를 이루며 담당 구역의 순찰을 위해 흩어졌다.

공단지역 환경감시 순찰 코스는 크게 3개로 나뉜다. A코스는 고형폐기물(SRF)발전소, (주)동서화학공업, 동림, (주)케이알티 등 오천과 철강관리 공단 3·4단지 일대, B코스는 대송과 연일, 철강공단 1∼2단지 일대, C코스는 청림·제철·송도동 일대다. 이 중 A코스는 민간환경감시원들에게 요주의 구간이다. 시민들의 민원이 많은 곳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민간환경감시원은 “이틀 동안 순찰을 해보니까 악취가 심한 시간은 늦은 밤과 새벽(오전 5시∼오전 7시)에 사람의 활동이 뜸한 시간대인 것 같다”며 “그 시간에 순찰하면 목이 세하고 숨이 턱하고 막힐 것 같지만, 낮에는 비교적 냄새가 덜한 편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직접 발로 뛰며 악취를 찾아다닌다. 악취가 발생하는 곳을 발견하면 정확한 시간과 어떤 냄새가 났는지 등을 자세하게 기록한다. 이 내용은 동료와 공무원들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담당 공무원은 이를 토대로 업체 점검 등을 하게된다. 단속권한이 없어 공장 안을 살펴볼 수 없는 등의 제한이 있지만, 공무원과 연계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이날 민간환경감시원들은 동료들 사이에서 악취가 자주 발생하기로 유명한 두 업체를 찾았다. 공장에 도착해 차의 창문을 내리는 순간 바깥의 뜨거운 공기와 함께 화학 약품의 역한 냄새가 훅하고 느껴졌다. 차에서 내려 상황을 살펴보니 밖은 아세톤 냄새와 비슷한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다. 바람이 불자 맞은편 공장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날아왔고, 마치 그물을 말릴 때 생선이 썩으면 나는 냄새 같았다. 민간환경감시원들은 한동안 그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으며, 냄새의 출처를 찾았다.

민간환경감시원은 “동료와 공무원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예전에 공무원들이 시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을 하면 이미 상황은 끝난 경우가 많지만, 지금은 공무원들이 실시간으로 채팅을 확인하고 사안이 심할 경우 바로 현장 점검을 하러 나온다. 실제로 어제 우리의 제보로 2개 공장의 냄새를 채취해갔다”고 설명했다.

민간환경감시원들은 8시간 동안이나 이 일을 반복하고 나서 오후 10시가 돼서야 근무가 끝났다.

한 민간환경감시원은 “일을 마치고 나면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워 밥을 먹기 힘들다”며 “그렇지만, 시민을 대표해서 뜻 깊은 일을 하게 된 만큼 보람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공무원처럼 단속 권한이 없다. 다만, 우리가 지속적으로 감시활동을 펼친다면 기업들도 조금씩 긴장을 할 것이고 그에 따라 환경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게 돼 악취 문제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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