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를 낸다. 하나는 계층 간 대립을 해소하는 최고의 수단이 된다는 점이다. 계층 간 대립은 정치의 안정을 해치는 불안한 요소다. 그러나 가진 자 특히 귀족층의 용기 있는 양보를 통해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요즘 부자들의 도네이션 등이 이런 것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국민을 통합하는 힘이다. 기득권층의 솔선수범 정신은 국민을 하나로 묶고 사회적 역량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이런 경우는 고위층의 청렴성과 높은 도덕심이 관건이 된다.

지금 우리가 맞이한 정치적 상황은 매우 불안스럽기 짝이 없다. 대외적으로 북한의 핵 도발과 미사일 발사, 한미일 안보공조의 불안감,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 등 어느 하나 불안하지 않은 구석이 없다. 국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극으로 달리는 정치적 대립과 시민사회의 갈등은 설상가상이다.

여야 정치인 모두가 좀 잘 풀어갔으면 하는 국민적 바람이 간절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우리의 지도층이 지금쯤 꼭 새겨야 할 정신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떠올려 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부와 권력을 가진 계층의 희생과 봉사의 정신이다.

프랑스의 작은 항구도시 칼레시의 시민정신은 아직도 많은 후손에게 회자되는 교훈의 장이다. 영국 정부가 전쟁에서 이기고 모든 칼레 시민의 목숨을 살려주는 대신 그동안 저항한 죄를 물어 6명의 대표를 처형키로 결정했다. 누가 단두대에 오를 6명의 대표가 되어야 하는 문제를 두고 칼레시는 갑론을박을 벌인다. 그 때 도시 최고의 부호가 가장 먼저 목숨을 내놓기로 자청한다. 그러자 곧 칼레시의 시장과 고위 관료들이 줄지어 목숨을 내놓기를 자청하면서 칼레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 도시가 된다.

우리의 정치인 및 고위 관료가 이런 상황에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본다. 역사적 교훈을 백번 익혀도 한번 실천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청와대가 2기 장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에는 또 어떤 검증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한국은 지금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필요한 때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