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지자체의 과도한 ‘일본 때리기’가 역풍을 일으키고 있다. 위로는 문재인 대통령에서부터 아래로는 일선 구청장까지 무차별, 경쟁적으로 나서는 반일 이벤트는 사안을 넓고 길게 통찰하지 못하는 ‘청맹과니’의 어리석은 언행이다. 일본이 우리와 마찬가지인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일본인’ 모두를 적대시하는 행태는 그야말로 백해무익한 망동이다. 정치인들의 과도한 ‘반일’ 선동행태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한일갈등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는 의심을 받는 정부·여당 인사들의 지각없는 선동 발언들이 멈추지 않고 있다.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5일 한 라디오에 나와 “도쿄에서 방사능 물질이 기준치보다 4배인가 초과 검출됐다”며 “도쿄를 포함해 여행 금지구역을 사실상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인 신동근 의원도 “도쿄올림픽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면 보이콧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자 성추행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적 있는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과 김현 민주당 사무부총장, 최민희 전 의원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코피를 흘리는 그림과 “일본에 가면 당신 코에서 피난다”는 문구가 적힌 ‘일본 가면 코피나(KOPINA)’ 티셔츠 판매를 홍보하고 있다. 서울 중구 서양호 구청장은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과 청계천 일대 등 중구 전역에 1천100개의 ‘노 저팬’ 깃발을 걸겠다고 나섰다가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깃발을 도로 내리는 망신을 당했다.

그 밖에도 지자체들이 만국기에서 일장기를 빼고, 일본 연수단 방문을 거절하고, 직원들이 쓰는 일제 문구들을 폐기 처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림픽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연루시키는 것은 일본의 무역보복 못지않게 국제적 비난과 지탄을 받을 망발이다. 일본 관광객들에게 망신을 주는 행위는 한국에 우호적인 일본 민심마저 씨를 말리는 천치 바보짓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꾸만 이순신 장군을 소환하고, 임진왜란을 입줄에 올리는 것 자체부터 잘못됐다. 여당의 한 의원마저 참다못해 “지금은 1592년이 아니라, 2019년”이라고 비꼬고 있지 않은가.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의 “지금 필요한 것은 ‘질서 있는 극일운동’이지 감정을 앞세운 ‘무작정 반일’이 아니다”라는 말은 백번 옳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반공 궐기대회’ 같은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한 시민운동 전문가의 말도 가슴에 와닿는다. 반일 분위기에 편승해 치적 올리기를 도모하는 유치한 행태는 중단돼야 한다. 국가적 위기마저 정략에 써먹으려는 저질 정치꾼들의 형편없는 의식 수준에 많은 국민이 넌더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