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40℃ 냉동창고선 더위가 반가워요”
“영하 40℃ 냉동창고선 더위가 반가워요”
  • 황영우기자
  • 등록일 2019.08.08 20:26
  • 게재일 2019.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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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에서도 ‘극한 추위와 사투’
포항 구룡포수협 냉동공장 직원들
두꺼운 방한복으로 중무장한 채
‘냉탕과 열탕’ 오가는 이색직업
힘들다면서도 그들만의 긍지

푹푹 찌는 무더위와는 달리, 하얀 김이 가득 서린 냉동창고 안에서 직원이 지게차를 조작하며 작업에 분주하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바깥은 폭염주의보인데 여기서는 극한의 추위와 싸웁니다”

포항 구룡포수협 냉동공장 직원들은 5명의 ‘소수정예’로 넘쳐나는 물량을 처리하느라 한창이다. 8일 오전 10시 구룡포 수협 냉동공장. 38℃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냉동공장 앞마당은 작업에 따른 얼음과 생선 박스가 들락날락하기에 바빴다. 이들이 처리하는 작업은 얼음을 각지게 깎아서 파는 작업과 생선을 냉장보관하는 작업으로 대별할 수 있다. 세분하면 수산물 냉동뿐만 아니라 얼음 판매 및 보관, 수산물 완전 동결 및 보관 등 다양하다. 각 업체에서 수산물을 실어오면 공장 측에서는 지게차를 이용해 창고별로 분류해서 나른다. 차마 말을 붙일 틈이 없을 정도로 그들은 바빠 보였다.

낮 12시쯤 되자 오전 일을 마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뽀얀 김이 서린 안경을 쓰고 작업공간에서 줄지어 나왔다. 더운 여름 날씨에 맞지 않는 두꺼운 겨울 파카와 방한복으로 중무장한채로 더위를 반갑게 맞는 기분으로 여겨진다. 짬을 내 말을 붙이자 한 젊은 직원은 “남들은 한더위가 물러갔으면 하지만 냉동실에서 나오면 따뜻한 더위가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고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들의 작업공간은 지난 2006년 12월 완공돼 13년차를 맞고 있다. 냉장 2개실 1040㎡, 냉동 2개실 117㎡, 제빙시설 2개실 572㎡ 등이다. 5명이 처리하기에는 과중할 수도 있는 공간과 업무량이다. 하지만 이들은 조직력으로 업무를 신속하게 빈틈없이 처리하고 있어 주위 어업인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동빈동에 포항수협의 대형 제빙시설이 생기기 전까지 원조 냉동·냉장 시설로 자리해왔다.

이들이 물품을 받는 과정도 색다르다. 차량을 통해 마당 설비 쪽으로 받는 방식이 대부분이지만, 항구 특성상 선박으로 얼음 등을 운송하기도 한다. 그래서 2층에는 길이 30m 가량되는 긴 철제 연결로를 통해 컨베이어벨트 방식으로 얼음과 생선상자를 받고 보낸다. 공장 1층에는 냉장실과 냉동실, 엘리베이터가 있고 2층에는 사무실, 기계실, 조정실, 수전설비, 제방실, 저빙실, 당직실이 위치해 있는 구조다.

냉동공장 내부를 둘러보려하자 직원들은 단번에 거절했다. 냉장보관을 위한 창고는 영하 20∼22℃, 동결을 위한 창고는 영하 40℃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겨우 들어간 곳은 얼음 보관용 냉장창고. 파카를 입고 지게차에 올라탄 업무 10개월차 최현서(27)씨가 원격조정 리모컨을 누르자 창고의 굳게닫힌 문이 열렸다. 아라비안나이트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 나오는 동굴처럼 하얀 김을 대거 뿜어내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창고의 절반정도가 가지런히 정리된 각얼음으로 가득했다. 입구 경계에 서자 등은 덥고, 배와 가슴은 차가운 기이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최 씨는 정확한 조작과 함께, 각얼음 7개 정도를 들었다가 내려놓는 시범을 보였다. 각얼음 1개는 135㎏으로 7천원씩에 팔린다. 직원들에게는 그나마 따뜻한(?) 곳인, 영하 15℃를 유지하고 있는 냉장창고임에도 잠시 머물다 나올수 밖에 없었다. 창고를 빠져나온 최 씨는 “원래 작업복을 입은 우리들도 10분 이상은 작업을 못해요”라고 덧붙였다.

다른 창고의 상황을 묻자 최씨는 “오징어와 청어가 주 작업 품목인데 요즘은 비수기라 일이 그나마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이색작업을 해온 고참직원은 “쉬운 일이 아니다보니 젊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 직원들도 5명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만의 ‘긍지’로 뭉쳐있었다. 한 직원은 “여기 입사 전에는 일반 중소기업에서 일했는데 공장 안에 갇혀있기만 하고 답답하기만 했다”며 “우리 공장은 바닷가여서 언제든지 바다를 볼 수 있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니 시간가는 줄 모른다”라고 발걸음을 옮겼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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