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참 괜찮은 나를 만났다’
양창순 지음·김영사 펴냄
생활· 1만4천800원

“왜 툭하면 불필요한 자책과 자기비하에 시달릴까? 어떻게 하면 자존심을 지키며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이 같은 열망, 인정받고 싶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다루고, 또 만족시킬 수 있을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창순 박사가 ‘참 괜찮은 나’를 만나는 자기 탐구의 길잡이로 나섰다. 40만 부가 판매된 전작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가 인간관계에서의 상처를 줄이는 것을 주제로 했다면, 신간‘오늘 참 괜찮은 나를 만났다’(김영사)에서는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위로와 칭찬, 이해와 수용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것이 우리의 내면에 균형과 조화, 나아가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는 근원적인 힘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게 내면의 중심축을 바로 세울 때 자신을 향해, 그리고 상대방을 향해서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것이 저자의 기대다. 근원적이면서도 대단히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름난 경험 많은 상담가답게 인간의 내밀한 욕구와 필요를 하나하나 차분히 응시하면서 자존감과 자기 확신에서 편안한 인간관계와 합리적인 사회생활, 그리고 더 성숙한 삶에 이르는 여정을 안내한다.

잠들기 전 오늘 만난 사람들에 대해 필름을 돌려본다. ‘내가 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했을까?’ 조금이라도 거부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좌절과 우울 속으로 곤두박질친다. 예민한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이들도 종종 경험하는 일이다. 적에게조차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기 때문일까. 남들에게 거부당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격려받고 싶다. 이 같은 필요를 지닌 이들에게 저자는 스스로에게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야’ 하고 말해주라고 조언한다.

이렇게 책은 먼저 인간의 정신적 생존에 꼭 필요한 자존감, 자기 긍정, 자기 확신의 문제를 다룬다(1, 2장).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후회와 자책에 불필요할 정도로 빠져들곤 한다. 말하자면 내면의 중심축이 한쪽으로 쏠려 있는 것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일이다. 자신에게 너그러워져야 하고 때론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할 때도 있다. 의식적으로 자신을 칭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렇게 하여 자신의 내면의 곳간이 넉넉해질 때, 이러한 자기 긍정의 토대 위에서 다른 이들과 좀 더 편안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3장). 특히 직장생활과 조직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다루는 대목(4장)과 대표적인 심리적 문제들을 짚어보는 대목(5장)은 저자의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이 빛을 발한다. 어려운 정신의학 이론을 들먹이지 않고 쉽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강점인데, 상담 중 만난 실감나는 사례와 문학작품 및 영화에서 가져온 이야기는 자연스레 읽는 이에게 흥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인격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조언, 이를테면 휴식, 취미, 독서,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는 것의 중요성에 관한 글들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6장).

삶이 너무 고단하고 인간관계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더 좋은 삶의 전망을 포기하고 당장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사소한 것들에만 관심을 두기 쉽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할까? 현실의 문제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더 나은 삶, 편안한 관계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더없이 귀중한 지혜를 선사할 것이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먼저 나의 내면이라는 곳간이 풍성해야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유도 생긴다. 나는 그 곳간을 채우는 양식이 있다면, 바로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한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내면의 중심축이 확고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 아니면 외국어를 배우려고 기울이는 노력의 10분의 1만이라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려고 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최소한 내면의 중심축이 치우치는 일은 없지 않을까?” _10쪽

다음은 양창순 박사가 제안하는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할 5가지 자존감 수칙.

1.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떤 일을 잘했으면 그런 자신을 칭찬해준다. 그런 칭찬이 쌓여서 내 마음의 자산이 된다.

2. 남의 탓, 환경 탓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분노에 사로잡혀 귀중한 시간을 써버리는 것보다 더 큰 낭비가 있을까.

3.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상하게 만드는 데 천재가 아닌지 돌아본다. 실제 일어난 일에 눈덩이처럼 더해지는 우리의 감정과 생각들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

4. 인간관계도 날씨와 같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다고 생각하자. 상대의 행동을 다 나와 연관해 생각하는 것이 지나치면 관계망상이 된다.

5. 희망을 잃지 않고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지 않으면서 남이 나를 소중하게 여기기를 바랄 수는 없다. (103-107쪽)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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