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지키기’ 현장르포
폭염으로 영천·예천지역
물 뿌리고 선풍기 돌려도
돼지·닭 300마리 이상 폐사
최근 1억6천만원 들여
축사용 쿨링패드 설치
소 면연력증진 영양제 주기도

8일 폭염경보가 내려진 영천시 산수골 양돈 농장에서는 에어컨과 쿨링패드로 돈사온도를 28∼30℃ 로 관리 하고 있다. /조규남기자

[영천·예천] 울릉도와 독도를 제외한 경북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8일 폭염과 사투를 벌이는 영천과 예천지역 축산농가를 찾았다.

이날 오후 1시 영천 화남면 산수골 영천농장의 기온은 34도를 훌쩍 넘었다.

경북 최대 농장답게 54만545㎡(1만6천500평) 돈사 11곳에는 돼지 2만4천50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다.

돈사마다 에어컨과 대형 선풍기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11개 돈사 중 3곳에는 쿨링패드가 설치돼 있었다. 올해 1억6천만 원을 들려 설치했다고 했다.

올 7~8월 무더위로 돼지 30여 마리가 폐사했지만 굴링패드가 설치된 돈사에서는 피해가 없었다고 했다.

두 동의 분만사에는 얼음주머니가 놓여 있었다. 실내온도는 29도에 육박했다.

돼지에게 영양제를 먹이던 박정영 관리이사는 “돈사에 물을 뿌리고 냉방시설을 총 가동하고 있지만 무더위를 극복하기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지난달 첫 무더위 때 돼지들이 폐사했다는 그는 “죽은 돼지를 치우느라고 밤잠을 설쳤다. 죽은 돼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그날 같은 무더위가 이어지면 얼마나 많은 돼지가 더 폐사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예천 풍양면 흔전리의 한 축사도 상황은 비슷했다.

축사 앞에 도착하자 낮 기온이 34도까지 치솟았다.

축사에는 100여 마리의 소가 코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 대형 선풍기 아래 모여 바람을 쐬고 있었다.

축사 울타리 옆 물통은 소들이 줄지어 달려드는 탓에 지하수 양수량이 물통이 비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였다.

사료를 놓는 자리마다 무기질이 섞인 소금블록이 설치돼 있었다.

소의 면역력 증진을 위해 영양 첨가제도 먹이고 있었다.

또 다른 대형 양계농장에서도 계사의 온도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연신 물을 공급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었다.

이런 수고에도 더위를 이기지 못한 닭들이 쓰러지자 농장주의 근심이 깊어져 갔다.

최근 며칠 사이 닭 200~300여 마리가 더위를 이기지 못해 폐사됐다고 했다.

농장주 A씨는 “올해는 대형 선풍기를 24시간 가동하고 있고, 선풍기도 추가로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지역 축산농가들은 “경북도와 시·군에서 냉방시설 설치비를 지원해 준다면 가축 폐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당국의 관심을 촉구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폭염피해방지지원사업을 통해 소, 돼지, 닭 등의 축산농가에 적절히 지원토록 하겠다. 보험을 통한 피해보상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영천시 관계자는 “낮기온이 35도 이상 올라가는 폭염과 밤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가 이어지면 가축폐사가 급증할 수 있다”며 “돈사 등에 물을 뿌려 열기를 식히고 깨끗한 물과 비타민 등을 혼합한 사료를 급여할 것”을 당부했다.

예천/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영천/조규남기자 nam8319@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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