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인 숙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금빛 넘치는 금빛 낙엽들

햇살 속에서 그 거죽이

살랑거리며 말라가는

금빛 낙엽들을 거침없이

즈려 밟고 차며 걷는다

만약 숲 속이라면

독충이나 웅덩이라도 숨어 있지 않을까 조심할 텐데

여기는 내게 자명한 세계

낙엽 더미 아래는 단단한, 보도블록

보도블록과 나 사이에서

자명하고도 자명할 뿐인 금빛 낙엽들

나는 자명함을

퍽! 퍽! 걷어차며 걷는다

내 발바닥 아래

누군가가 발바닥을

맞대고 걷는 듯하다

시인은 단조롭고 권태로운 생활의 굴레를 ‘자명함’이라 지칭하며 거기서 벗어나려 하고 있음을 본다. 매일 아침 산책하며 마주치는 것들은 모두 자명한 것들뿐이다. 그렇다고 독충이나 웅덩이가 있는 위험한 산책길을 원하지는 않지만 아무런 자극도 변화도 없는 삶의 굴레를 권태로워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