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껍데기를 품은 방학
달걀 껍데기를 품은 방학
  • 등록일 2019.08.07 20:00
  • 게재일 20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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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달걀 껍데기에도 상처를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필자를 포함해 2019년 중등 교감 자격 연수에 참가한 백 명이 넘는 연수생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강사만 바라보았다. 강사는 연수생들의 반응을 살폈다. 서로의 눈치가 몇 번 오가도 답이 없자 강의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그래도 강사는 계속 반응만 살폈다.

필자는 강사로부터 이야기를 듣기까지는 육체적 상처 정도로 생각했다. 주변의 반응도 필자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답답해진 연수생들이 강사에게 답이 무엇인지를 직접 물어보았다. 강사는 계속해서 강의실의 분위기만 살폈다. 여기저기서 생각한 답을 말하는 목소리보다는 답답함에 짜증이 난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달걀 껍데기에 상처 받은 사람은 지금 목소리를 높이고 계신 바로 여러분입니다.” 갑자기 강의실 분위기 싸늘해졌다. “여러분 말고도 있습니다. 집에서 아침밥으로 계란 프라이가 나왔는데 거기에 아주 작은 달걀 껍데기가 같이 나왔습니다. 과연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강의실이 술렁이었다. 그냥 먹겠다는 사람들과 상황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등 여러 가지 반응이 나왔다. 반응을 지켜보던 강사의 말에 모두가 숙연해졌다.

“물론, 아침상을 차려준 사람의 정성을 생각하며 맛있게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껍데기에 마음을 상하여 아침부터 험한 말을 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마음 훈련을 받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긍정적으로 마음을 쓰는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상황에서 부정적인 것부터 먼저 생각을 하고 표현합니다.”

필자의 몸에는 소름이 돋았다. 만약 필자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굳이 말은 하지 않았더라도 불쾌감은 들었을 것이고, 만약 그때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 분명 불쾌감을 말로 표현했을 것 같았다. 결국 필자가 달걀 껍데기 때문에 상처를 받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강사의 설명에 많은 연수생들이 격한 공감의 표시를 보냈다. 강의는 계속 이어졌다. 패턴은 똑같았다. 얼음 한 조각에 상처 받는 사람, 물 한 모금에 상처 받는 사람 등 사소한 것에 상처를 받는 유형에 대해 강사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비슷한 상황에 대한 자극이 이어지면서 연수생들의 연수 태도도 바뀌었다. 강사는 ‘자리바꿈’이라는 용어로 마음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하였다. 마음의 상처는 결국 자리바꿈을 하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결론에 필자는 많은 반성을 하였다.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줄기차게 이야기 했지만, 정작 필자는 이 역지사지를 단 한 번도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의 경제보복 역시 자국 이익에만 눈멀어 자리바꿈을 하지 못한 일본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고,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며칠 째 계속 쏘아대는 북쪽 또한 이 자리바꿈에 문제가 있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자리바꿈의 문제는 국내 교육계에도 있었다, 바로 자사고 폐지!

강의 내내 강사의 접근방법이 필자에게는 너무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필자 또한 달걀 껍데기와 관련된 여러 상황을 겪었을 텐데 왜 사람의 태도는 보지 못했는지 강의를 듣는 내내 필자의 획일적인 사고방식이 부끄러웠다. 그러면서 필자의 생각 방식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데 오래 생각 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강사가 필자의 잘못된 사고방식에 대해 정확히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여기 계시는 교감 선생님들은 교사, 학부모, 학생과 대화하실 때 ‘직책’으로 대화 하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이제 ‘나’ 라는 사람으로 이야기를 해보세요.”

교감 자격 연수를 마치면서 필자는 ‘달걀 껍데기’를 가슴에 품었다, 2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자리바꿈’이라는 가치가 필자의 마음에 꼭 부화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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