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곤영 대구취재본부장
이곤영 대구취재본부장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로 촉발된 한·일 간의 외교분쟁이 무역 전쟁으로 심화되고 있다.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의 당사자인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는커녕 적반하장으로 경제 제재로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문재인 정부가 한심하지만 지금은 서로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경제보복이 현실화된 만큼 손을 맞잡고 현실을 직시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자신들의 과거사에 대한 사과는 물론 아예 지우려고 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참으로 후안무치한 행동이다. 이에 비해 독일은 어떠한가? 독일은 하도 사과를 많이 해서 주변 국가들은 더이상 독일에게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독일은 1조5천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고 있다. 교육에서부터 자신들의 잘못을 철저하게 교육해 어린이들조차도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과거 청산을 바탕으로 지금의 독일은 유럽의 경제위기에도 가장 굳건하고 강력한 기반 위에서 유럽을 지휘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철저하게 부정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4년 “일본이 국가적으로 성노예를 삼았다는 근거없는 중상이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망언을 했다. 2015년에는 아사히신문이 위안부 문제 관련 과거 보도에 대해 오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각의를 열고 이를 세계 각국에 적극 홍보키로 했다. 과거사를 부정하고 지우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치졸하기 짝이 없다.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일본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무역제재의 강도를 더욱 높여 갈 것이다. 중도에서 멈추거나 철회할 가능성을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대강 대결국면만 남았을 뿐이다. 다만 미국이 중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도 가능성일 뿐이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활로를 뚫어야 한다는 각오로 이번 일본과의 무역갈등을 뛰어 넘어야 한다. GDP 규모로 보면 일본이 6조 달러, 한국이 1조5천억 달러로 일본이 한국 보다 4배 정도 많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출을 보면 일본이 700조원인데 반해 한국은 600조원이다. 이처럼 한국이 일본의 턱밑까지 따라오자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작심하고 한국 경제를 마비시키려 하고 있다. 일본이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우대조치 제외 품목 1천100여개 중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나 석유 화학제품, 공작기계 등 80여 개 품목 정도가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피해는 현실이 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양적 성장을 했지만 질적 성장은 하지 못했다. 소재, 부품, 장비 자체조달률은 60% 중반대에 그치고 있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밀산업 자체조달률은 50%를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만성적인 대일 의존도와 자체조달률을 극복하지 못하며 일본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우리는 뼈저리게 반성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국내 대기업도 우리 부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이 협력하고 정부도 자금과 세제, 규제특례 등을 통해 우리 산업구조가 더욱 탄탄해 지도록 혁신을 해야 한다.

최근 지역에서는 대구에 둥지를 튼 현대로보틱스가 부품수급을 국내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희망찬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동안 일본 부품을 사용하던 현대로보틱스도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기업이 국산 부품에 눈을 돌리면서 지역 기업들에게는 기회로 다가온 것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본과의 무역전쟁을 통해 우리 스스로 내실을 다지면 언젠가는 일본이라는 장벽을 뛰어 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힘을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