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미술 이끈 선각자이지만
1939년 유작전 이후 최초 작품전
고인 작품 발굴정리·고찰 기회로

관람객들이 황술조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경주 솔거미술관 기획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솔거미술관 제공
일제강점기 조선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서양화가 황술조의 회고전이 경주엑스포 솔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솔거미술관 제1, 2 기획전시실에서 ‘토수(土水) 황술조 <2013> 작고 80주년 기념 회고전’을 다음달 15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주최하고 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사)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가 주관하는 이 전시는 지금까지 주목받지 않았던 황술조의 활동을 발굴 정리하고 작품을 고찰하기 위해 기획했다.

한국미술사에서 1930년대의 서양화는 관념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표현 방식을 받아들이는 시기였는데 황술조는 풍부한 표현적 수법과 토속적 소재, 독특한 해석 등이 잘 드러나는 작가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제1 기획전시실에는 ‘계림풍경’, ‘여인’, ‘정물’, ‘구룡포소견’, ‘흑자(黑子)- 앉아있는 누드’ 등 유화 7점과 수채화 1점, 드로잉 1점 등 9점이 전시돼 있다.

제2 기획전시실에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사진집과 작품 복사본 4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1933년 조선중앙일보와 1938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삽화를 처음으로 공개해 의미를 더한다.

이번 전시를 총괄한 박선영 한국미술협회 경주지회장은 “황술조 선생의 작품은 100여점에 이르지만 현재 소장처가 확실한 작품은 20여점에 불과하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더 많은 작품의 소장처가 밝혀지고 선생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이 전시는 1939년 유작전 이후 최초의 회고전이며 경주 근현대미술을 이끈 선각자이자, 경주의 고적을 연구하는 학자이며, 암울했던 식민지 조선의 실천하는 화가였던 그의 삶을 재조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황술조는 1904년 경주에서 태어나 계림보통학교와 서울 양정고등보통학교를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귀국 후 개성상업학교, 호수돈여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작가생활을 시작했다. 민족적 이념을 내세운 재야 서양화가단체인 목일회 등에서 활약했다. 1936년 고향인 경주로 내려와 경주고적보존회 상임고문을 맡는 등 우리나라의 고미술에 심취했으며 다도와 조경에도 조예가 깊었다. 1939년 3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경주/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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