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영화가 ‘국뽕’이라구요?
‘긍지’라고 느끼면 좋겠어요”
촬영 중 환경 훼손 논란에는
“재발 방지하기 위해 노력”

원신연 감독. /쇼박스 제공
원신연 감독. /쇼박스 제공

일제강점기이던 1920년, 만주 봉오동에서 독립군은 일본군을 상대로 첫 대규모 전투를 펼쳐 승리한다. 스크린에 이 봉오동 전투가 되살아났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봉오동 전투’의 원신연 감독은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영화이기 때문에 왜곡이나 고증 오류로 비칠까 조심했다”고 털어놨다.

“고증오류나 왜곡은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하고 조사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숨겨져 있을 수 있어서 조심하게 되죠. 그리고 역사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는 창작 작업으로 만들어낸 것보다 더 제한돼 있죠. 창작 작업을 통한 영화는 관객이 생명력을 부여하고 함께 융화되는 등 각자 의미를 부여하는 확장성을 갖고 있지만, 역사 기반 영화는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거든요.” 그는 “승리의 역사로서 봉오동 전투를 영화로 옮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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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들어진 승리의 역사가 그동안 없었어요.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영화는 그 의미보다 영화적 재미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죠. 저항하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정규군을 상대로 전투에서 승리한 최초의 기록에 대한 영화는 없었어요. 피해의 역사가 아닌 저항의 역사를 이야기함으로써, 일제강점기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원 감독이 본 승리의 역사는 홍범도라는 한 명의 영웅이 아닌,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민초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봉오동 전투라는 소재를 영화화하는 것을 여러 감독이 준비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했었어요. 저는 봉오동 골짜기까지 모든 것을 다 내놓고 일본군을 유인했던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그걸 그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기록에 나오는 것에 줄거리와 색을 입혀서 영화를 만들었죠.”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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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과 류준열, 조우진 등은 이름 없는 독립군을 표현하기에 최적의 캐스팅이었다.

원 감독은 “오래된 흑백사진 속 독립군의 얼굴에서 절실함과 열망이 보였다”며 “영화에 표현되는 독립군은 영웅이라기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였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승리의 역사를 다룬 까닭에 개봉 전부터 제기되는 ‘국뽕’(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도하게 도취해 있는 상태) 영화라는 비판에 대해 원 감독은 “‘국뽕’이 아니라 긍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독립군이) 모든 것을 바쳐서 지켜낸 곳에 우리가 발을 딛고 살고 있잖아요. 저는 영화를 보고 느껴지는 것이 ‘국뽕’이 아니라 긍지라고 생각해요. 그것은 관객이 판단할 부분이지만, 긍지라고 느끼면 제가 원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이니 기쁘겠죠.”

영화는 봉오동이 아닌 국내 곳곳에서 촬영됐다. 제작진은 실제 봉오동의 지형과 비슷한 곳을 찾고자 로케이션에만 15개월을 넘게 투자했다.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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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환경 훼손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강원도 동강 유역에서 영화 촬영 중 할미꽃 주 서식지 등을 훼손해 원주지방환경청과 환경단체로부터 생태경관보전지역 내 촬영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받았다.

원 감독은 이에 대해 “환경단체와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전투라는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폭발 장면을 많이 촬영할 수밖에 없고 환경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조심해서 촬영했고, 동강에서 촬영할 때도 적법절차를 거쳐서 들어갔는데 이중으로 환경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뒤늦게 환경단체 등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촬영할 때 환경 관련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다”며 “동강에서 촬영한 부분은 영화에 사용하지 않았으며 해당 지역이 복구됐다는 것은 환경청 확인까지 받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