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아프리카의 정글에만 치열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통용되고 있지는 않다. 세계경제의 생태계 또한 전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절대적인 천적관계를 형성하는 동물의 세계에서는 좀처럼 그 관계가 바뀌는 경우가 없지만, 세계경제에서는 영원한 우방이나 친구란 있을 수 없다. 오직 자국의 이익이라는 대원칙만 변하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상황에 따라 협정을 맺거나 파기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세계경제질서의 재편과정에서 언제나 그 과정을 주도하기보다는 대체로 주변에서 일으킨 풍파를 해결하는데 급급하였다. 그것은 우리가 세계경제를 들썩일 정도의 힘을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달리 말하자면 우리가 그만큼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전국을 들썩이고 있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강화 조치도 결국은 우리가 그런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나 일본여행자제 등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조차 하지 않으면 양국 간 협상이나 타협조차 시도해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중요한 수단중 하나인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일본도 그에 대해서는 맞불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본이 한국을 여행위험국가로 지정하고 나선 것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순이라 하겠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가 겪어 왔던 위기들에 대한 대응책이 과연 옳은 방향이나 전략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수입대체효과, 수출입 다변화 등은 수십 년 전에도 있었다. 물론 수치상 개선되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효과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더라도 그것이 최적의 대책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재고해볼 여지가 있다.

최근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한창인 중국의 대형통신기업인 화웨이(華爲技術)의 런청페이(任正非) 회장의 발언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그는 지난 6월 사내 회의석상에서 금년에는 전 세계에서 천재소년 20∼30명을 채용하고, 내년에는 200∼300명을 채용하겠다고 하였다. 그는 미국과의 경제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적어도 3∼5년 동안 우수인재로 모두 교체할 생각을 가져야만 한다고 믿고 있는 셈이다.

즉 당장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대책에 앞서 보다 근본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인재가 핵심이라고 본 것이다. 화웨이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재를 최대 약 200만 위안(약 3억 4천만 원)의 연봉으로 채용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화웨이가 인재를 키우지 않고 단지 스카우트를 한다고 폄훼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감한 연봉으로 우수인재를 발탁하고 채용하는 방식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미국에서 오래전부터 증명된 인재확보 전략이며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최고 전략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우수 인재를 보는 시각이 다소 다르다. 제대로 된 대우가 이루어지지 않아 우수한 젊은이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우리는 호시탐탐 우리의 약점을 살피면서 틈만 보이면 우리를 먹이로 삼으려는 약육강식의 경제생태계속에서 살고 있다. 지난 수년간 중국이 미국이 그리고 이제 일본이 나선 것뿐이다.

포항도 지역의 젊은 인재가 유출되는 것을 그저 막으려는 것에만 주목해서는 안된다. 화웨이의 전략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역 기업에 필요한 인재나 지역에 필요한 우수한 자원이 있다면 이들을 유인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발굴해내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앞으로 지역경제와 지역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일꾼을 지키고 또 다른 일꾼을 지역으로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