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 규제 본격화… 지역 철강업계는 문제없나
원재료 수입의존도 극히 낮고
생산설비 국산화 상당한 수준
공단 내 3곳은 日 원재료 수입
사태 장기화 대비해 전략 고심

“지역의 주력산업인 철강분야도 무풍지대만은 아니다.” 오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일본발(發) 무역분쟁의 강도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후폭풍을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철광석을 비롯한 원재료 가격 상승과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에 처해있는 철강업계가 일본발 수출규제 리스크로 또다시 긴장하고 있다.

원재료는 대부분 호주, 브라질, 남아공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고 제조설비도 국산화율이 높은 편이라 단기적으로는 별다른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전으로 접어들 경우 어떤 형국으로 변할지 예측하기가 어려워 철강업계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5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철강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원재료인 철광석의 약 70%를 호주에서 수입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10% 가량을 공급받고 있고 캐나다, 남아공, 인도 등 나머지 국가에서 부족한 물량을 보충하고 있다.

또다른 원재료인 무연탄 역시 호주산 의존도가 절반이 넘고 캐나다, 스페인 등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으며 일본산은 전무하다.

특수강의 원료로 사용되는 철스크랩이나 전극봉 등은 전체 물량의 10% 내외를 일본에서 공급받고 있어 중국, 러시아, 스웨덴 등 해당 원료를 이미 거래 중인 대체국의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활용할 방침이다.

제조공장 내에 구축된 생산설비도 대부분 일본 기술에 의존했던 1970∼80년대와는 달리 국산화가 예전보다 많이 진행됐고 일본산 부품의 재고량도 충분한 상황이라 우려가 덜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대형철강업체 관계자는 “원재료는 예전부터 일본 쪽에서 들여오는 물량이 거의 없었고 생산설비도 예전보다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낮아졌다”며 “하지만 부품 하나 때문에 공장 전체의 가동이 중단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지 않도록 공장 내의 일본산 부품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철저히 파악하고 대체재를 사전에 마련해 이번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철강협회 관계자도 “철강산업이 전략물자에 포함되는 것은 사실이나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철스크랩은 전략물자로 보긴 어렵고 일본 측에서도 판매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있어 현재는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기계, 장비 등 공장 내 설비에 대해서는 사태가 장기화로 이어지면 부품 수급에 애로를 겪을 수 있어 대안 마련을 위해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철강산업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포항철강공단도 비슷한 상황 속에서 대책 마련에 분주히 나서고 있다.

5일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이번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로 포항철강공단 내 철강제조공장 128곳 중 수출규제 대상 품목에 영향을 받는 기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비금속, 석유화학, 전기전자 등 철강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을 생산하는 220개 공장 중 페인트, 윤활유 생산업체 3곳이 일본으로부터 원재료를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포항철강산단관리공단은 이날 포항시청에서 포항상의, 한은 포항본부, 포항세관, 포스코 등과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고 일본 수출규제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영향 분석, 관련 기업 예상 피해 평가,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포항철강산단관리공단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 업체 3곳은 원재료 사전확보, 중국 원재료 대체 등 장·단기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철강업종에서는 당장 눈에 띄는 피해를 호소하는 업체가 없어 향후 추이를 지켜보며 상황에 따라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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