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자유한국당의 당 혁신안이 공개됐다. 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는 당을 혁신하기 위한 3대 비전·7대 과제·16개 방안을 마련해 지난달 지도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혁신안은 한국당이 경제 정책에 강한 집권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당내 싸움질, 꼰대, 웰빙, 꼼수 이미지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리더십이 한계를 드러내고 ‘도로 친박당’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계파 갈등이 다시 꿈틀거리는 등 한국당은 안팎으로 난국을 맞은 상황이다.

한국당 신정치혁신특위의 당 혁신안은 ‘국민과 함께(People)’, ‘경제를 세우고, 정책으로 강한(Policy)’, ‘열린 정당·인재정당·미래정당(Process)’ 등 ‘3P’로 구성된 3대 비전을 제시했다. 세부 혁신과제로 ‘당내 화합·통합 기반 확립’, ‘집권 대안 정당으로서 정책 정당 역량 확보’, ‘보수우파의 가치와 정책 구현’, ‘미래정당, 청년 정당으로서의 활력과 이미지 제고’, ‘당 운영의 민주성·투명성·소통역량 제고’, ‘열린 정당으로 환경 조성 및 기반 확립’, ‘보수우파 대표 야당으로 투쟁력 제고’ 등을 들었다.

혁신안은 특히 한국당이 집권 대안 정당으로 자리잡는 것을 목표로 ‘쌈질하는 정당’, ‘꼰대·기득권 정당’, ‘웰빙·강남 우파 정당’ 이미지를 탈피하고, ‘나를 따르라’는 식의 독선적 당 운영과 편법을 동원한 ‘꼼수’ 이미지를 버려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특위는 이 밖에 당의 정책 전문성 확보를 위해 당 사무처 조직을 개편하고, 당 씽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전문 연구인력 중심으로 구조조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인재 영입을 위해 당 인재영입위원회와 별도로 인사추천위원회를 만들고, 자유·우파 시민단체와 네트워크 구축을 제안했다. 신정치혁신특위의 이번 제안에는 자유한국당이 처한 위기의식이 충실하게 반영돼 있다. 당의 이미지 쇄신은 물론 체질 개선을 위해서 필요한 대목이 빠짐없이 망라돼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제는 실천이다. 한국당은 이번이 아니고도 그동안 수차례 혁신안을 내놓고 국민 앞에 개혁을 약속했지만, 그 내용을 제대로 지켜 감동을 준 기억이 별로 없다. 심하게 말하면 혁신안이란 게 돌아선 민심이 심각해지면 응급 처방하듯이 위기수습을 위해 습관적으로 내놓는 사탕발림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 더 이상 기회는 없다. 극한 대립 속에 유치한 청백전이 난무하는 정치권을 앞장서서 바꿔내야 할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건강한 중도 대안 정당으로의 변신을 위한 과단성 있는 조치들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수구꼴통의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쇄신부터 서둘러 감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