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은 사람, 특히 여성의 실제 모습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든 인형을 말하며, 사람의 실제 모습과 거의 비슷하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리얼돌의 시초는 2002년 미국의 아비스사에서 영화의 특수 메이크업에 사용하는 고급 실리콘으로 만든 데서 비롯됐다. 피부를 실리콘으로 처리해 실제 사람의 피부처럼 말랑말랑하고, 구체관절인형처럼 손가락·무릎·발가락 등의 모든 관절이 움직이는 것도 있다. 식도까지 있어 입으로 음식을 먹일 수 있는 인형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성기까지 있는 인형도 있다. 머리카락, 눈썹, 눈동자, 가슴 사이즈 등 신체의 각 부분을 섬세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제작 기간이 길고 가격도 비싸다.

리얼돌이 논란을 불러 일으키게 된 것은 최근 대법원이 수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6월27일 한 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리얼돌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해외 제작 리얼돌의 수입을 허가하면서 상용화를 사실상 허용한 셈이 됐다. 이후 논란이 불거진 것은 대법원 판결 직후 일부 판매 대행업체가 “연예인·지인 등 원하는 얼굴로 맞춤 제작을 할 수 있다”며 홍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심지어 아동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에 지난달 8일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고, 지난달 31일 현재 동의 수 20만명을 돌파했다.

이에 대해 여성 네티즌들은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이 성인용품이 될 수 있다니 끔찍하다”, “여성과 아동이 성적 대상화되고 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여성 성인용품과 동일한 하나의 도구일뿐”이라거나 “오히려 성적 욕망을 해소해 성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리얼돌의 사용 자체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남녀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영화에서나 보던 리얼돌이 사회적 논란거리로 떠오르는 건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성문화가 마찰을 일으킨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