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비와 황제의 밀약(2)
랍비와 황제의 밀약(2)
  • 등록일 2019.08.05 19:21
  • 게재일 201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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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은 무너지고 로마 병사들은 예루살렘으로 진격합니다. 110만 명이 몰살당합니다. 예루살렘 길거리에 어린아이 무릎 높이까지 피가 강처럼 흘렀다고 역사학자 요세푸스는 말합니다. 150만 명 유대인은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져 나라 없는 디아스포라의 운명으로 살아가지요.

한 나라가 멸망하면 짧게는 50년, 길게는 100년이면 모든 문화나 문명은 다 사라집니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에 따르면 역사상 28개 문명이 발생했는데 유일하게 수천 년을 살아남은 문명은 유대 문명이 유일하다고 하지요. 멸절 위기에 처한 유대 문명은 어떻게 그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았을까요?

랍비 벤 자카이는 예루살렘 멸망 후 야브네로 떠납니다. 제자들과 함께 작은 학교를 세우지요. 황제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아들 티투스를 유대 총독으로 보내면서 작은 학교 설립을 돕습니다.

그 학교에서 요하난 벤 자카이는 랍비들을 길러내기 시작합니다. 한 명 두 명 길러낸 랍비들은 유대 전역으로 흩어져 마을마다 토라를 가르칠 수 있는 회당을 짓습니다. 그곳에서 토라와 탈무드를 목숨 걸고 가르칩니다. 회당은 영토를 잃어버린 유대인들의 구심점입니다. 나라는 망했지만, 탈무드와 토라를 가르칠 수 있는 랍비를 길러낼 수 있으면 민족이 망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으로 뼈아픈 역사의 경험을 통해 학습 공동체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세계 인구 0.2%밖에 안 되는 유대인들이 세계 경제 70%를 장악하고 있고, 노벨상을 22% 휩쓸고 있으며 미국의 모든 언론과 영화, 포춘 500대 기업을 거의 쥐락펴락한다는 이야기는 신물나게 들었습니다. 배움이라는 것이 모든 민족의 뼛속에 DNA로 아예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랍비 요하난 벤 자카이의 작은 학교에서 시작한 교육이 2천 년의 세월 동안 흩어져 있는 모든 유대인의 삶에 스며들었기 때문입니다.

먹구름 아래 환경이 로마 군인들에게 포위당한 예루살렘보다 낫다고 볼 수 없습니다. 칼과 창으로 살육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보이지 않는 장치들로 우리를 교묘히 길들여 소비하는 대중으로 만드는, 진짜 삶을 살지 못하게 가로막는 캄캄한 세상입니다.

손 놓은 채 10년 후를 맞을 수 없습니다. 10명이 될지, 100명이 될지 모르지만 서로 연대하면 분명히 승리할 것이라 믿습니다. 독일 꼬마 펠릭스핑크바이너가 말합니다. “잊지 마세요. 모기 한 마리는 코뿔소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수천 마리 모기는 코뿔소의 길을 바꿀 수 있어요!”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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