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 장기화로 투자 위축
파격적 분양조건 등도 안 먹혀
최근 정부 규제특구 지정 이어
임대전용 단지 조성 추경 반영
잇단 호재로 기업유치 기대감

포항블루밸리 국가산단이 내년 1월 준공을 앞두고 현재 공정률이 99% 상태인데도 산업용지 대부분이 텅텅 비어 있다.  /이용선 기자
포항블루밸리 국가산단이 내년 1월 준공을 앞두고 현재 공정률이 99% 상태인데도 산업용지 대부분이 텅텅 비어 있다. /이용선 기자

더위가 절정을 이룬 지난 2일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는 사막처럼 삭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입구를 지나 산업단지로 들어서자 산업단지 내 주요 간선도로 등 시설물이 제 모습을 갖춘 반면, 정작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한 산업시설용지가 텅텅 비어 있었다.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는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종점인 남포항IC에서 남구 구룡포읍 방향으로 약 7㎞ 떨어져 있다. 영일만대로와 장기로를 따라 10분가량 차를 타고 이동하면 산업단지 입구가 보인다. 이날 왕복 6차로로 포장된 산업단지 입구는 오가는 차량 한 대 없이 아지랑이만 피어오르고 있었다. 내년 1월에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산업단지 조성공사 중 1단계(293만9천㎡) 공사가 마무리돼 입주기업들의 공사차량이 입구를 쉴 새 없이 들락거리는 풍경을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적막감만 흘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7천360억원을 들여 포항 구룡포읍과 동해면, 장기면 일대에 608만㎡ 규모로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를 조성 중이다. 동해면 상정리 산업단지 입구에서 구룡포읍 구평리 단독주택용지와 지원시설부지까지 상정천 양쪽으로 약 6㎞에 걸쳐 산업단지가 이어진다. 공사는 두 단계로 나눠 진행되며, 이 중 1단계는 293만9천㎡ 규모로 지난 2014년 10월 착공해 내년 1월 준공될 예정이다. 현재 공정률은 99%이다.

산단은 지난 2015년 진행된 상업용지 분양에서 4만7천592㎡가 100% 완판(完販) 되고, 주택용지는 21만6천474㎡ 중 20만1천㎡가 분양돼 92.9%의 높은 분양률을 보이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그러나 이듬해 9월 공장용지 가운데 10%를 1차분으로 분양 공고를 냈지만,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같은 해 12월부터는 수의계약으로 변경해 분양에 나섰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2017년 9월 분양가를 할인해주는 특별분양 당시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POMIA·7천603㎡)과 주은스틸(4천877㎡)이 산업·연구시설 각 1호로 분양계약을 체결했으나, 추가 분양에 어려움을 겪으며 분양률이 1%대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분양률 저조는 포항산업의 근간인 철강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이와 더불어 영남권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투자 위축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높은 분양가를 원인으로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았다. 당시 블루밸리 산단의 분양가는 3.3㎡에 69만4천원으로 포항영일만 3일반산업단지(58만6천원)와 비교하면 3.3㎡(평)당 10만원 이상 비싼 수준이었다.

경북도와 포항시, LH는 분양가를 할인하는 등의 궁여지책으로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LH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산단 내 35필지(31만㎡, 506억원)에 대해 할인분양 공고를 냈다. 오는 19일부터 20일까지 분양신청을 받으며, 3.3㎡당 50만원 초반대로 분양할 계획이다.

‘산업단지 특별분양팀’을 만들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기업을 유치하겠다던 경북도의 전략도 그동안 실적이 없어 차질을 빚어왔다. 하지만 최근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와 영일만산업단지 2개 구역 55만6천694㎡가 정부 규제자유특구위원회 의결을 거쳐 차세대 배터리규제자유특구에 지정되고, 2019년 추경예산안에 포항블루밸리 산업단지 내 임대전용단지 조성예산 168억원이 반영되는 등 호재가 잇따르면서 산업용지 판매 활성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임대전용단지는 경북도나 포항시가 LH로부터 용지를 사들인 후 입주희망 기업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 주는 사업이다.

LH 관계자는 “이번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계기로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가 관련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실제로 포스코케미칼이 이차전지 핵심소재와 관련한 미래산업 투자의 하나로 블루밸리 산단에 투자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포항시 관계자는 “블루밸리산단은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와 연결되고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를 통해 울산까지 30분대에 도착하는 등 접근성이 좋아 자동차 부품업체 유치에도 경쟁력을 갖췄다. 동해남부선 울산 태화강∼포항(76.5km) 구간이 2020년 복선전철로 개통되면 울산과의 연계가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라면서 “이번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 특구 지정으로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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