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치안센터 4곳 모두
근무자 1명이 오후 6시까지만
범죄취약 시간대는 텅 비워져
전문가들 “차라리 밤 근무를”

지난 29일 밤 11시께 포항시 남구 인덕치안센터는 당직 경찰관이 없이 텅 비어 있었고,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시라기자
지난 29일 밤 11시께 포항시 남구 인덕치안센터는 당직 경찰관이 없이 텅 비어 있었고,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시라기자

#. 포항시민 정모(25·남구 송도동)씨는 최근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던 중 만취한 50대 남성을 발견했다. 그 남성은 갈지(之)자를 그리며 비틀거렸고, 왕복 4차로 도로 한중간에서 넘어지더니 한참을 못일어 나기도 했다. 위험하다고 판단한 정씨는 남성을 부축하려고 했지만, 힘에 부쳤고, 바로 옆에 보이는 운하치안센터로 달려갔다. 불빛이 흘러나오는 센터의 출입문을 힘껏 밀었지만, 웬일인지 문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치안센터 내부를 샅샅이 훑어봤지만, 경찰관은 보이지 않았고, ‘현재 112 순찰근무 중입니다’라는 메모만 문 앞에 덩그러니 붙어져 있었다. 정씨는 “치안센터 문이 열리지 않아서 눈앞이 캄캄했었다. 다행히 취객의 일행이 찾아와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아찔한 상황이었다”면서 “치안센터도 경찰서인 줄 알았는데, 오후 6시까지만 문을 연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이 치안 공백을 줄이고자 도입한 치안센터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근무자가 1명이어서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어렵고, 이마저도 주간에만 운영돼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30일 포항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003년 부족한 지역 경찰의 인력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고자 기존 파출소 3∼4개를 통합해 지구대 체제를 만들어 운영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비어 있는 파출소 건물에 치안센터를 마련했다. 치안센터는 당초 사건 발생 시 신속한 초동조치는 물론 각종 민원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계획됐다. 현재 포항 지역에는 상옥치안센터, 대해치안센터, 운하치안센터, 인덕치안센터 등 4곳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치안센터는 근무자가 1명뿐이고 이마저도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만 근무해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작 범죄 취약 시간대인 심야 시간에는 문을 걸어 잠그는 모양새여서, 치안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주장을 펼치는 경찰의 목표는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

치안센터가 실효성이 없는 점은 지난 2014년 서울에서 드러난 바 있다. 치안센터와 불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주택가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시 사건의 목격자들은 인근 치안센터로 달려가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치안센터에는 경찰관이 단 한 명도 없었고, 문은 굳게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시간은 오후 11시 10분이었다.

전문가들은 범죄가 밤에 발생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에 치안센터에 24시간 경찰 인력을 배치, 치안 공백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승철 선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같은 시간과 인원을 투입해 치안센터를 지킬 거면 차라리 낮 동안 치안센터를 비우고 밤에 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력이 부족해 치안센터를 활성화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포항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치안센터까지 상주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상황이다”라며 “일반 주민들도 야간에 치안센터가 운영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인근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경찰관이 출동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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