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규 원

길을 가던 아이가 허리를 굽혀

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

돌이 사라진 자리는 젖고

돌 없이 어두워졌다

아이는 한 손으로 돌을 허공으로

던졌다 받았다를 몇 번

반복했다 그때마다 날개를

몸 속에 넣은 돌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허공은 돌이 지나갔다는 사실을

스스로 지웠다

아이의 손에 멈춘 돌은

잠시 혼자 빛났다

아이가 몇 걸음 가다

돌을 길가에 버렸다

돌은 길가의 망초 옆에

발을 몸 속에 넣고

멈추어 섰다

길 가다 돌 하나를 집어들고 놀다가 길가에 버린 아이와 돌과 허공, 망초가 있는 그림 하나를 보여주며 시인은 그 하나하나에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본다. 비록 무정물(無情物)일지라도 나름대로 존재 태를 가지고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삼라만상에 어느 것 하나 무의미하게 존재하는 것은 없다는 것을 가만히 들려주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