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용구미시장
장세용
구미시장

구미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지역 경제의 노둣돌이 될 ‘상생형 구미 일자리’가 성사된 것이다. LG화학은 구미국가산업 5단지에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공장을 짓는다. 올해 반세기를 맞은 구미국가산업단지에 도약의 마중물이 마련된 셈이다.

구미형 일자리로 일컬어지는 상생형 구미 일자리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협상 시작 반 년 만에 이끌어낸 노·사·민·정 합의라는 점, 국내 최초의 투자 촉진형 일자리라는 점, 첨단 소재 산업을 중심으로 양질의 미래형 일자리를 유치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더욱이 첨단소재산업의 국산화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대한민국 산업 발전과 궤를 같이해 온 구미는 섬유· 전자·모바일·디스플레이·자동차 부품 등으로 주력산업을 변화시켜 왔다. 하지만 더 이상 기존의 산업 패러다임은 유효하지 않다. 많은 기업과 지자체가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구미 역시 새로운 변화의 한 가운데에 서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다양한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 상생형 구미 일자리를 위해 시동을 건 것도 그 때문이다.

세계적인 석학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Mason Diamond)는 그의 저서 ‘총·균·쇠’에서 무기와 병균, 금속이 인류의 문명을 어떻게 바꿨는지 기술했다. 이제 여기에 재(材), 첨단 소재를 덧붙여야 하지 않을까.

상생형 구미 일자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제조업 부흥을 이끌 신산업에 대한 투자다. 그 중심에 첨단 소재가 있다. 특히 이차전지는 일본의 수출 규제와 중국의 반도체 굴기의 대항마로 떠오르며, 제 2의 반도체로 부상 중이다. 전기차용 배터리인 이차전지는 환경친화적이고 새 시대에 적합한 에너지원이다. 한 번 사용하면 다시 쓸 수 없는 일차전지와 달리 이차전지는 충전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해 전기차에 있어 심장과도 같다. 전기차를 비롯해 스마트폰과 드론, 로봇에 없어서는 안 될 이차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중 우리 구미에는 양극재 공장이 들어선다. 양극재는 배터리 재료비의 약 40%를 차지하는 중요한 원재료로 기술 장벽이 높은 고부가 산업이다. 2021년부터 연간 6만여 t의 전기 배터리 양극재가 바로 우리 구미에서 만들어지게 되면, 메르세데스 벤츠, 폴크스바겐, 포드 등의 세계적인 명차들이 구미에서 탄생한 배터리로 세계 곳곳에서 달리게 될 것이다.

다시 구미형 일자리로 돌아가 보자.

상생형 구미 일자리는 첨단 소재 산업의 미래 비전을 담아 출발했다. 그리고 그 효과는 구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알려진 대로 우리 구미에는 이차전지와 연관된 기업들이 많고, 기반산업이 비교적 잘 구축되어 있다. LG화학의 협력업체는 물론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이 기대될 뿐 아니라, 나아가 경북의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 지정과 맞물려 시너지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LG화학의 이번 구미 투자는 그동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다. 양극재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직간접적으로 1천여 명 이상의 고용 창출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상생형 구미 일자리는 단순 수치상의 일자리가 아니라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지역을 떠났던 청년들이 다시 돌아오도록 만드는 기회의 일자리가 될 것이다.

LG화학의 이번 구미 투자가 알려지면서 우리 구미로의 투자와 입주에 대한 관련 기업들의 문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구미는 구미국가산업 5단지에 이차전지 관련 기업과 지원 기관을 집적화하고, 지역 대학에 관련 전문학과를 신설할 방침이다.

문제는 국산화다. 핵심 소재와 부품·장비의 국산화는 필수다. 이는 단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 첨단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을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협약식에서 상생형 구미 일자리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 구미는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경제가 구미에서부터 다시 활력을 되찾게 될 것이다. 구미의 담대한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