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쯤 전부터 한 동안 버틸 만하던 목 디스크가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어지간하다’라는 충청도 말로도 다 표현하기 부족한 것이 바로 이 고질병. 한 칠팔 년 전 앉지도 서지도 못하게 한 허리 디스크에서 겨우 회복되었더니 삼사 년 전부터는 목 디스크가 대신 들어와 기승을 부렸다.

급기야 두 해 전에는 수술은 무섭고 시술이라는 것을 받았다. 영 못 버틸 것 같은 급박감에 속된 말로 당일 입원, 당일 퇴원 같은 플래카드를 내건 병원 같은 곳에서 순식간에 받았던 것. 그렇데 예후가 썩 좋지 않았다. 그래도 며칠 지나 조금씩 차도가 보이기는 보여 그 후 그럭저럭 버텨오기는 했는데 이번에 갑자기 도져 버린 것이다.

몸이 안 좋으면 머리라도 좋아야 하건만 어쩌다 허리 디스크 시절 치병 과정을 다 잊어버렸던고. 처음부터 전혀 새로운 병 앓는 사람처럼 허둥지둥하면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통증의학과, 통증을 다스려 준다니 우선 급한 마음에 찾아간 것이다.

그런데 통증 병원도 많기도 많고 기술도 갖가지, 약물로 가라앉히기도 하고 신경 차단술도 있는데, 몇 곳 다니다 보니 결국 통증 치료는 임시 처방일 뿐이던가. 차일 피일 미루는 사이에 통증은 더욱 심하기만 하고 어깨며, 등이며, 전문 용어로 ‘상박’이며 계속 욱신거리다가 급기야는 팔이 떨리고 저리면서 힘까지 없어져 가는 것 같다.

통증 치료로 헛 시간 보내고 몸 상태 나빠지고 나니 결국 떠오르는 건 지난 번 시술 받았던 곳. 시설도 수술 효과도 썩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금방 시술 해주니 그것만큼 편한 곳도 없었던 까닭이다.

아침 일찍 병원 문 열리는 시간 기다려 애써 찾아가 시술 예약을 하기는 했는데, 하고 나자 다시 걱정이 태산이다.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시원치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 말이다. 아무래도 종합병원이라도 찾아가야겠어, 조금 멀리 떨어진 무슨 병원인가를 찾았더니, ‘제기랄’, 예약을 잡는데 가장 빨라도 팔 월 중순은 되어야 하겠단다.

어떻게 하나, 고민하는 중에도 팔은 쑤셔온다. 아, 임시변통 생각나는 데가 있기는 있다. 동네 한적한 한의원에 긴 침 깊게, 그런데 안 아프게 잘 놓는 노인 분이 계셨던 것이다. 침이라니, 약물이나 신경 차단술 같은 것과는 속효가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당장 아쉬운 게 한의원이다.

노인 분에게 몸을 맡기고 침상에 눕자 될 대로 되라 싶은 자포자기 심정이다. 아픈 데 준비성 없는 나 자신을 탓해야 할 상황. 도대체 시내에 이렇게 병원이 많은데 왜 필요한 때 바로 찾아가 믿고 맡길 수 있는 데는 이렇게 적나?

침을 맞고 나오니 그래도 마음이 안정은 된다. 하나의 교훈. 이번만 한 번 더 낫게 해 주시면 다시는 아프지 않게, 운동 열심히 하고, 술 안 마시고, 절제, 절제 하면서 살겠나이다.

짧디나 짧은 인생살이건만 아프지 않게 사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산이 먼 곳에 있더라도 찾아가며 살겠다, 고개 숙여 본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한국화가